Weekly Good & Bad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패소했다. 표면적으론 동생이 웃고 형은 울었지만 피를 나눈 형제끼리 볼썽사나운 상속싸움을 벌인 점에서 빈축을 살 만하다. 이번 피플앤피플은 그래서 모두 배드(Bad)다.

Bad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았다


▲ [사진=더스쿠프 포토]
표면적으로는 삼성의 승리다. 이맹희씨측의 청구는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 측은 이번 판결로 상속 정통성과 경영권을 정식으로 인정받아 관련 논란을 해소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나 밝혀진 사실관계를 비춰볼 때 합당한 판결”이라며 “상속 정통성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계약이기 때문에 형식상 요건은 부족하지만 차명주식의 존재와 피고(이건희 회장)에게 귀속한 사실을 다른 상속인들이 미필적으로 알고 있고 묵인했다고 인정을 했다”며 “다른 상속인들, 특히 원고의 묵인 인식이 명시적으로 판단이 나온 이상 정통성은 (1심보다)더 인정을 받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1심과 2심을 통해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맹희씨 측이 이병철 회장의 유지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반면 이건희 회장측은 각종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유지 여부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건희 회장이 ‘유지논쟁’에서 승리하는 데에 이맹희씨가 직접 저술한 「묻어둔 이야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던 이맹희 측과의 화해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윤 변호사는 “판결 절차와 관계없이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족 간 분쟁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맹희씨측이 상고할 경우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ad |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동생과 한판승부, 남은 건 ‘인지대’


▲ [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맹희씨 측은 지난해 12월 공판에서 가족간의 대화합을 위한 화해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진정성 결여’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맹희 측 법률대리인 차동언 변호사는 “재판부가 우리와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라며 “가족 간의 화해로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랐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의뢰인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맹희씨 측이 상고한다고 해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결과적으로 소송에 패소한 이맹희씨 측은 거액의 인지대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맹희씨 측은 앞서 차녀 이숙희(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씨와 손자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의 유가족과 함께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4조849억원대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고 불복한 이맹희씨 측이 단독으로 항소를 제기해 지금까지 끌어왔다.

이번 소송과정에선 그간 가족들만 알 수 있었던 비화들이 일부 공개되면서 재벌가의 상속에 대한 불화와 친형제간의 반목 등 볼썽사나운 측면들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맹희 측은 결심공판 때 공개한 편지를 통해 “재현(CJ 회장)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을 하고, CCTV로 감시하고, 제일제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장손의 할아버지 묘사도 방해하는 등 조카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나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하는 와중에도 이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주장해 삼성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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