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의 기술 ‘펀드’

▲ 펀드가 생기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분산투자가 가능해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펀드는 왜 생겼을까. 직접투자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이유가 있다. 개미든 투자전문가든 언제 주식을 사야할지 모르고, 우량회사의 주가가 워낙 비싸서다. 펀드는 투자타이밍을 잘 모르지만 우량기업에는 투자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들의 분산투자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생겼다는 얘기다.

얼마 전 의아한 질문을 받았다. “도대체 펀드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이 말은 ‘펀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사실 펀드를 어렵게 생각하면 그만큼 어려워진다. 가장 단순한 설명은 필자가 25년 전 투자신탁 신규상담 창구에서 고객에게 펀드를 설명하던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필자가 투자자와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펀드투자는 선생님이 매월 10만원씩 구슬을 사서 모으는 겁니다. 이 구슬의 가격은 주식시세와 연관돼 있어요. 그럼 구슬을 싸게 사면 좋을까요? 비싸게 사는 게 좋을까요?” “당연히 싸게 사는 게 좋겠지요!” “맞습니다. 싸게 사서 많이 모은 다음 나중에 비싸질 때 팔면 됩니다. 구슬 가격이 1000원이면 구슬을 몇 개 살까요?” “10만원 나누기 1000원 하면 100개요.” “구슬가격이 1100원으로 오르면요?” “10만원 나누기 1100원 하면 91개요.” “만약 구슬가격이 900원으로 떨어지면요?” “10만원 나누기 900원 하면 111개.” “그렇게 매월 산 구슬을 모았다가 가격이 1100원일 때 모두 팝니다. 얼마나 수익이 생길까요? 언제 산 것이 수익에 가장 큰 도움이 됐을까요? 1200원일 때 산 구슬은 어떻게 될까요?”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은 펀드의 기본개념을 대부분 이해한다.

▲ [더스쿠프 그래픽]
그러면 왜 직접 주식을 사지 않고 구슬이라는 펀드를 만들어 낸 걸까. 펀드매니저는 또 왜 필요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우량주식이 아니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잘 몰라서다. 언제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도 이유다. 알아볼 시간 또한 많지 않다. 한마디로 투자자가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생긴거다.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매번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있어서다.

주식시장에서의 숙제는 단 두가지다. ‘무엇을 살까’와 ‘언제 사고 팔아야 하는가’다. 만약 주식시장에서 무엇을 사고, 이걸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주식투자로 세계적인 부자가 됐을 것이다. 투자대상을 잘 찍고, 투자의 매매시기를 잘 맞추는 건 우연일 뿐이다. 만약 이 일에 자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남산을 오르는 길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기만 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청와대까지 줄을 설 것이다. 전문가라고 해서 완벽한 건 아니라는 거다. 단지 일반인들이 100만~1000만원을 굴리는 것과 펀드매니저가 100억~100 0억원을 굴리는 건 차원이 다르다.

펀드와 펀드매니저가 등장한 이유는 또 있다. 우량회사는 주식 하나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 1주에 수십만원씩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100만원도 넘는다. 1000만원을 가지고 분산투자를 하려 해도 1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은 10주도 채 못 산다. 다만 이런 투자자가 여러 명 모인다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우량회사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한곳에 집중하는 건 위험하다. 투자대상을 늘려 위험을 줄여야 한다. 바로 분산투자다. 물론 위험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쪽박을 찰 일도 없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j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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