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해외에선 문제 안 되는 이유

▲ 독일 콴트 가문(BMW)은 소유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에선 오너 중심의 ‘소유경영’은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해외 기업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체제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기업의 소유경영, 해외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국내 기업이 오너 중심의 ‘소유경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낸 건 부정하기 어렵다. 삼성전자ㆍ현대차ㆍLG전자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말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었지만 소유경영은 한국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총수를 중심으로 한 가족ㆍ소유경영의 장점은 장기적인 경영전략 수립,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늘도 짙다. 한국의 소유경영의 폐해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수의 횡령ㆍ배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비정상적인 상속ㆍ증여, 문어발식 사업진출로 인한 골목상권 붕괴 등이다. 최근 SKㆍ한화ㆍCJㆍ효성 등 대기업 총수가 연루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소유경영은 일정한 성과에도 큰 약점을 지닌다.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와 자본시장 참여자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 국가경제와 우리나라 자본시장 전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외 소유경영의 사례는 어떨까. 네덜란드 하이네켄 가문의 하이네켄, 독일 콴트 가문의 BMW, 미국 포드 가문의 포드자동차,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소유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된다. 하이네켄은 1864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맥주회사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가족경영기업으로 꼽히지만 투명한 경영과 적극적인 사회 책임 활동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체 기업의 70%가량이 가족경영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가족경영기업처럼 비난받지 않는다.

▲ [더스쿠프 그래픽]
독일 가족경영기업의 성공적인 성장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독일의 많은 가족경영기업은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발전한 곳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인 보쉬, 윤활유 전문생산업체인 푹스오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가족경영기업은 가족소유를 바탕으로 경영 리더십을 이어가고, 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추진하는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후계자 선정은 자질과 의지를 가진 자를 우선시하는 능력 중심의 승계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창업자의 2ㆍ3세에 대한 승계목적으로 기업을 분할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창업자 가족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이 먼저라서다. 우리나라 소유경영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SEB은행과 유럽 최대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에릭손 등 금융ㆍ통신ㆍ기계 분야에서 수십개 기업의 경영권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렌베리 가문은 경영권의 편법적인 승계나 사회의 지탄을 받을만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투명한 기업경영과 충실한 사회 책임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구글은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의 성공적인 조합사례로 평가된다. 가족경영기업이 세대를 거듭하게 되면 전문경영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창업자의 가족(후계자 포함)과 전문경영인이 상호 경쟁하면서 보완적인 관계를 잘 설정해 나간다면 좋은 경영의 한 모습이 될 것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조정실장 jkjeong@cg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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