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깨졌고 증시는 얼었다

집권 2년차 3월엔 주식시장에 ‘봄바람’이 분다는 속설이 있다.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기라서다. 실제로 YS정부가 출범한 이후 주식시장은 ‘집권 2년차 3월’에 달콤함을 만끽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렇지 않다. 달콤한 시기가 왔지만 만끽할 겨를이 없다. 대선후보 시절 다짐했던 공약과 정책 대부분이 변경되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 집권 2년차엔 증시가 상승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국내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영삼(YS) 정부 집권 2년차인 1994년. 코스피 주가는 연초 대비 18% 상승했다. 김대중(DJ) 정부 땐 외국인 투자유치정책,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화두였는데, 집권 2년차인 1999년부터 정책효과가 증시에 반영됐다. 외국인 시가총액은 가파르게 늘어났고, IT 관련주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DJ정부 경제정책의 영향으로 1998년 12월 25조원 남짓했던 외국인 시가총액이 1년뒤 75조원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1999년 코스피 수익률은 82.8%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IT기업의 상승세는 매서웠다. 코스피 전자기종 업종의 1999년 수익률은 153.9%에 달했고, 코스닥의 IT•소프트웨어 업종은 3341.4%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다.

참여정부 때의 ‘10대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여기엔 디지털 TVㆍ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이동통신, 디스플레이ㆍ지능형 홈 네트워크, 디지털 콘텐트, 소프트웨어 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산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바이오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런 관심은 주가에 반영됐다. 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참여정부 집권기간인 2003년 2월~2007년 10월 사이 258% 상승했다. 의약품ㆍ의료정밀 업종은 각각 447%, 722% 치솟았다. 재임 2년차인 2004년 상승률도 10%를 기록했다. 이명박(MB)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정부정책의 수혜를 입었다. 태양광 관련주와 2차전지 관련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증시를 이끌었다.

‘집권 2년차’ 속설 깨지나

주식시장엔 다양한 변수가 꿈틀댄다. 대통령 재임기간은 그중 하나다. 대통령의 권력이 한창일 때 추진되는 정부정책은 힘을 받게 마련이고, 관련주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통령의 공약과 철학, 그리고 콘셉트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2년차’에는 특히 그렇다. 이는 YS정부부터 MB정부까지 관통하는 ‘트렌드’나 다름없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집권 2년차 3월의 코스피 상승률(평균)은 7.2%를 기록했다”며 “이는 정부정책이 일반적으로 집권 2년차 3월에 발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약이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시기가 집권 2년차 ‘3월’이라는 얘기다.
▲ [더스쿠프 그래픽]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 3월’은 어떨까. 박 대통령도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노인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관련주는 한결같이 상승세를 탔다. 정책효과의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책 관련주는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박 대통령의 철학을 관통하는 관련주가 ‘수혜주’로 부각될 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의 초기 정책콘셉트와 방향이 변경되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민주화 관련주는 올 3월 12일 현재 고점 대비 32.35%나 빠졌다. 노인복지 관련주, 일자리 관련주는 같은 기간 각각 32.35%, 58% 급락했다. 벌써 1년이나 흘렀지만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창조경제 관련주 역시 31.6%나 빠졌다. 이는 최소한 집권 2년차 3월까지는 ‘장기적 상승세’를 이어가던 다른 정부의 ‘정책관련주’와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과 집권 초반에 다짐한 약속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 박근혜 정부가‘경제혁신 3개년’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책 수혜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이는 박근혜 정부가 2월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 경제’ ‘내수ㆍ수출 균형 경제’라는 3대 추진 전략으로 구성됐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 구현, 내수소비 확대 등이 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시장은 관련주 찾기에 분주했다.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정책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혜가 예상되는 건설ㆍ헬스케어ㆍ여행ㆍ은행ㆍ유통ㆍ유틸리티 업종 등을 꼽았다.

정책 콘셉트 바뀌면서 주가도 흔들

하지만 관련 업종의 상승세가 벌써 꺾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발표 효과에 의한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료품ㆍ섬유의복ㆍ건설ㆍ은행 등 수혜가 예상됐던 산업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았다. 2월 28일까지 상승세를 기록하던 수혜업종은 3월 5일 일제의 하락했다. 음식료품 업종은 0.75% 하락했고 은행ㆍ건설업종도 각각 4.71%, 0.23% 하락했다. 섬유의복ㆍ의료정밀ㆍ유통업 등 세종목만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책관련주가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정책의 구체적인 계획과 연속성이 확보돼야 한다. 공약과 정책이 흔들리면 수혜주가 테마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반짝상승’했다가 ‘급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정책주가 그런 모양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정책에도 단기 급등이후 하락해 흔히 말하는 테마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정책 목표가 모호해 투자심리를 개선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이번 경제 계획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추상적 정책의 변동성이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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