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로엔텍 대표의 자연가습기

▲ 권혁상 로엔텍 대표가 만든 자연가습기는 ‘방 안에 빨래를 널어놓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11년 가습기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유아와 산모가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떼문이다. 가습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수입산 ‘자연가습기’는 불티나게 팔렸다. 권혁상 로엔텍 대표가 친환경 자연가습기를 아이템으로 삼고 창업을 마음먹은 계기다.

권혁상 로엔텍 대표가 가습기 한대를 내밀었다. ‘이런 걸 가습기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볼품없다. 위가 뚫린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에 종이필터 여러 개가 끼워져 있는 게 전부다. 종이필터가 젖을 정도로 박스에 물만 부으면 끝이다. 인공적인 장치가 들어가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가습기’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방 안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자연적으로 가습이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게 바로 자연가습기다.”

이 가습기는 가습기살균문제로 시끌벅적하던 2011년 가을부터 불티나게 팔린 중국산 히트상품이다. 살균기 유통전문업체에서 온라인 판매대행을 맡고 있었던 권혁상 대표는 이 제품이 팔려나가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품었다. “소비자는 건강에 해롭지 않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중국산이든 볼품없는 디자인이든 따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좀 더 보기 좋게 바꾸고, 몇가지 기능을 추가해 생산하면 인기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2012년 12월 회사를 그만둔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창업사관학교로 들어갔다. 80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청년전용창업자금(중소기업청 운영)에서 1억원의 융자를 받아 7개월간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지난해 11월 그가 생각하던 가습기(제품명 인꼬모)가 완성됐다. 그해 12월에는 온라인 총판을 제의한 곳에 1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았다.

권 대표가 만든 가습기가 주목을 받은 덴 나름 이유가 있다. 기존 가습기의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기존 가습기는 수증기 입자가 큰 탓에 세균이 달라붙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수증기와 함께 세균이 호흡기를 통해 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살균제가 몸에 더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권 대표는 수증기의 입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살균제 유통업체에 근무하던 시절에 봤던 ‘볼품없는 가습기’의 종이필터를 도입했다. 물을 천천히 증발시켜야 수증기 입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다. 여기에 바람을 만드는 ‘팬’을 장착해 물이 잘 증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수증기 입자크기가 줄어들었고, 세균은 달라붙지 않았다. 아울러 팬 입구에는 미세먼지를 막을 요량으로 특별제작한 거름망을 넣었다. 권 대표가 만든 가습기만 돌리면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공기청정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권 대표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받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제거능력은 0.27㎥/min이었다. 일반 에어워셔의 미세먼지 제거능력(0.05~0.11㎥/min)의 2배 수준이다.

기능만이 아니다. 디자인은 달걀형으로 만들고, LED를 장착해 가습을 하지 않을 땐 은은한 조명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습기를 가을ㆍ겨울용이 아닌 4계절용 가전으로 탈바꿈시킨 거다. 작동스위치는 소리가 나지 않는 터치형 센서를 적용했다. 이처럼 안전에 기능과 디자인을 더하자 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 4월에 열린 스위스제네바 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권혁상 대표는 “지난해에는 한달 동안 온라인 판매밖에 하지 못해 수익을 많이 내지 못했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시즌판매를 할 수 있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어 최소 3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