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까다로운 상장 절차와 비용을 줄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상장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한계에 직면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다. 신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뉴시스]
단말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의 고민은 국내시장이다. A사는 오래 전 국내 단말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꾀했다. 그 결과 해외법인을 설립해 거점을 확보하고, 판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출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적 부진으로 국내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 B사는 유통망이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B사엔 남모를 고민이 있다. 건실한 기업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코스닥 등록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문제다.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교묘하게 합병 통한 우회상장 시도

이런 상황에서 A사와 B사가 ‘합병’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A사는 재무적 위기에서 벗어나고, B사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과 해외진출 가능성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합병 방식은 등록법인인 A사가 비공개 법인인 B사를 흡수하고, 합병 후 존속법인의 상호는 합병계약에 따라 주식회사 A사로 정했다. A사와 B사의 합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너지 창출이다. A사가 발굴한 해외시장에 B사의 기술과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A사와 B사의 합병을 두고 시장에선 ‘성공적인 우회상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최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요인은 복합적인데 코스닥 등록 기준과 과정이 까다로운 게 첫째 이유다. 우회상장은 상장 혹은 등록한 A업체를 미등록 B업체가 인수하는 하나의 기업인수 방식이다. 정상적인 방법이지만 주식시장에선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엔 주식교환 등 전통적인 우회상장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영업양수도계약을 통한 우회상장이다. 영업양수도란 기업이 신규사업을 기획할 때 다른 기업의 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이다. 만약 B업체가 영업양수도를 통해 우회상장한 후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A업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자금을 옮기지 않고 B업체가 A업체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우회상장 효과를 얻는 것과 같다.

문제는 양수가액(취득가액)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B업체의 실제 영업권과 특허권의 가치를 대주주가 과다하게 산정해 매입하면 나머지 주주들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주주는 이익보전과 같은 이면계약이 가능하지만, 소액주주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 아울러 우회상장 기업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형식의 우회상장은 코스닥에 등록된 A사의 주식을 미상장 B기업의 대표이사나 주주들이 매수한 후 이를 합병회사에 인수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합병회사의 대표는 합병되는 B사의 경영자로 바뀐다.

우회상장, 장밋빛 미래 보장 안해

이런 이유로 우회상장은 머니게임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상장기업은 성장에 한계에 달한 사업을 정리한 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미상장 기업에는 손쉽게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이런 우회상장으로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기업들이 종종 살아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상장 기업은 상장이나 등록을 위한 비용을 줄이고, 상장기업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지분을 매각해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회상장의 장점이자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우회상장이 기업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기업들이 무리한 우회상장 추진으로 부도를 맞고 있다. 그래서 경영은 정도正道를 지향해야 하는 법이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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