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전쟁’의 미스터리

▲ 검찰이 5월 21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 대대적인 관피아 수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관官피아’ 척결에 나섰다. 철도ㆍ해운ㆍ정보통신 분야에 걸쳐 관피아 비리 수사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커넥션 의혹이 있는 이들은 줄줄이 검찰수사망에 포착되고 있다.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꼬리조차 못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스터리한 수사결과다.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공직사회 개혁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관官피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공기관에 재취업해 부정한 커넥션을 이룬 전직 공무원을 이르는 말이다. 검찰은 5월 21일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관피아 수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두달, 관피아 수사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검찰은 우선 ‘철피아(철도+마피아)’의 민관유착 의혹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5월 말 대전 신안동에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서울 등지의 납품업체, 관련자 자택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김형식 서울시 의원, 김모 감사원 감사관이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자살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후 올 1월 사임한 김 전 이사장은 철피아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민간 협회 등에 포진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도 압박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한국해운조합 재직 당시 조합비 등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인수 전 이사장을 7월 4일 구속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해운물류본부장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을 거쳐 2010년 해운조합 18대 이사장에 임명됐다. 현재는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객선 선주들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해경 고위 간부 출신 김상철 한국해운조합 안전본부장도 구속됐다. 김 본부장은 해수부 산하 해경 출신으로 서해ㆍ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본청 장비기술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6월 부산지검은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인 오공균 전 한국선급 회장을 취업 대가로 감사를 무마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오 전 회장은 해수부 국장급을 거쳐 2007년부터 2013년 6년 동안 한국선급 회장을 지낸 전형적인 해피아다. ‘통피아(통신+마피아)’ 역시 검찰의 수사망에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6월 통신설비 납품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공용 무선기지국 전문업체 한국전파기지국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한국전파기지국 통신설비 납품이나 공사수주, 연구개발(R&D)사업 수주 과정에서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직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진흥원 소속 직원이 사업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유착해 돈을 부풀려 지급하고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은 정보통신산업 지원을 위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세워졌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진 기관이다. 이처럼 검찰은 철도, 해운, 정보통신 분야에서 비리를 저지른 관피아를 줄줄이 잡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관피아 문제를 면밀히 드러낸 세월호 참사의 핵심 인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꼬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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