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평가 뒷말 많은 까닭

장애인 시설물은 매년 정부와 사회복지단체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평가결과는 알 수 없고, 혹여 나쁜 점수를 받아도 폐쇄조치 등 강제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가자들이 장애인 시설물과 연관돼 있어서다. 퇴직공무원이 장애인복지관의 장을 맡을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법도 문제다.

장애인 시설을 제대로 감시하면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다.[사진=뉴시스]
장애인 시설을 제대로 감시하면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500곳이다. 2011년 490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설수가 큰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제대로만 감시해도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잘 안된다는 거다.

무엇보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평가시스템이 ‘허점투성이’다. 시설을 평가하는 곳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산하의 사회복지시설평가원이다. 이 평가원은 매년 보건복지부에 사회복지시설 평가보고서를 올리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 문제는 장애인 시설을 평가하는 사회복지시설평가원의 상위기관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장애인 시설물의 대표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셀프평가’가 자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경북 포항시 다소미집의 전임 원장은 한국지적장애인협회 포항시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 스페셜 리포터2 ‘영화 도가니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 이 협회는 사회복지협의회 단체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평가점수가 낮은 장애인 시설물에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지시설평가원 관계자는 “점수가 낮은 시설에는 서비스 품질관리 컨설팅을 통해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컨설팅은 전문 컨설턴트가 하지 않는다. 우수한 점수를 받은 비슷한 유형의 시설 사무국장이 컨설팅을 한다. 아무리 나쁜 평가결과를 받아도 ‘시설폐쇄’ 등 강제조치가 이뤄질 리 없다.

평가점수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설물의 점수공개는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는 게 사회복지시설평가원의 설명이다. 장애인 시설에 개인과 같은 법인격法人格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의 김정하 연구원은 “어떤 시설이 좋고 나쁜지 알아야 장애인과 그 부모들이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며 “평가 점수 공개를 통해 장애인 인권침해를 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평가원과 별도로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수조사가 진행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설을 모두 조사할 수는 없다”며 “지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곳들에 한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장애인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사 후 문제가 있는 시설의 명단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 것도 사회복지시설평가원과 다르지 않다.

퇴직공무원이 장애인복지관의 장이나 사무국장으로 갈 수 있는 규정도 문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5년 이상 근무한 6급 이상 공무원’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이 장애인복지관의 장으로 갈 수 있다.

‘5년 이상 근무한 7급 이상 공무원’은 사무국장의 자격이 있다. 장애인복지관이 공무원의 ‘퇴직 후 직장’이라는 거다. 이는 일선 공무원과 장애인복지관과 결탁할 수 있는 구조로, 전형적인 ‘관官피아’ 구조다. 한 장애인 활동가는 “공무원과 장애인 관련 시설의 협력 관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복피아(복지부+마피아)’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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