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분석 자동차 연비왕

 
사상 유례 없는 경기침체기. 값싸고 품질 좋으면서도 ‘연비’까지 좋은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비를 무기로 내세운 수입차 디젤 모델이 쾌속질주를 거듭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뻥 연비’ 논란까지 나온다. 더 스쿠프가 창간 2주년 특집으로 ‘연비왕’을 뽑았다. 가솔린과 디젤차량의 배기량별 ‘연비 베스트10’을 선정ㆍ분석했다.

현재 국산차 A를 끌고 있는 B씨. 그는 자동차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B씨가 생각하고 있는 차는 디젤 모델인 BMW ‘320d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에디션’. 신차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연비가 탁월해 마음이 쏠린다. 이 차량의 연비는 19.7㎞/L. 연간 1만㎞를 주행하면 1년 유류비가 84만6700원(6월 17일 한국석유공사 경유 가격 1668원 기준) 들어간다. 한달로 따져보면 약 7만원. B씨가 몰았던 국산차 A의 연간 유류비(164만5130원)와 비교하면 79만8430원 줄일 수 있다.

연료 소비효율(연비ㆍ연료 1L당 주행거리 비율)이 좋은 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B씨처럼 연비가 좋고 나쁨에 따라 연간 유류비를 많게는 80만원, 적게는 20만~30만원을 아낄 수 있어서다. 자동차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가 2009~2013 5년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시 연비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입차 구매계획자들은 자동차 구매시 고려사항 28개 항목 중 연비(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외관 디자인(14.6%)과 브랜드(12.6%)가 그 뒤를 이었다. 국산차의 경우 2010년 이후 연비가 꾸준히 3위에 올랐다.

이런 소비자 패턴에 따라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수입차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BMW의 디젤 대형 세단 ‘520d’는 올 상반기 총 3863대가 팔리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BMW ‘320d’도 1969대 팔리며 ‘상반기 판매 베스트 10’ 모델에 올랐다. 이런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BMW는 올 상반기 총 2만26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어난 수치다.

벤츠ㆍ폭스바겐 독일 자동차 제조사 역시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을 국내에 선보이며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전년에 비해 4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는 국내 시장에서 9만4263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수입차가 연비를 무기로 국내시장 점령에 나서자 현대차ㆍ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을 선보였던 국내완성차업체가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 출시에 나선 것이다.

국산차, 수입차 디젤 차량 경쟁

일반적으로 디젤은 가솔린 차량보다 연비가 30%가량 좋다. 디젤 엔진은 압축된 공기를 고압으로 디젤 연료에 분사해 순간적인 마찰에 의해 점화가 이뤄진다. 가솔린 엔진과 달리 불완전 연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연비효율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하지만 디젤은 가솔린 차량에 비해 소음이 크고 진동이 많아 승차감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변했다. BMWㆍ벤츠 등 독일 업체가 성능이 뛰어난 디젤 차량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맏형격인 현대차는 올 6월 ‘그랜저 2.2 디젤’을 출시했다. 그동안 ‘엑센트’ ‘아반떼’ ‘i30’ ‘i40’에 적용했던 디젤 모델을 준대형 세단까지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은 국내 시장의 요구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탄생한 모델”이라며 “국내 고급 세단 시장에서 디젤 시대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추후 제네시스 등으로 승용부문 디젤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주력 세단인 SM5의 디젤 모델 ‘SM5 D’를 7월 초 출시했다. 르노가 회사를 인수한 2000년 14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젤 세단이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수입 브랜드들은 이미 제품의 60% 이상이 디젤 세단으로 팔리고 있으며 디젤세단이 없는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GM은 3월부터 독일 오펠사의 디젤 엔진을 장착한 ‘말리부 디젤’을 판매하고 있다.

연비가 중요해지면서 연비 부풀리기 논란도 일고 있다. 이른바 ‘뻥연비’ 논란이다. 완성차 업체가 국토교통부에 신고해 차량에 표기하는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현대차 ‘싼타페 DM R2.0 2WD’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4WD AT6’은 지난해 국토부가 실시한 연비 사후검증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제작사가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에 사전 신고한 연비를 사후검증하고 있다.

현대차가 신고한 싼타페의 복합연비는 14.4㎞/L지만 국토부가 측정한 연비는 13.2㎞/L로 8.3% 낮게 나타났다. 연비 측정 오차 허용범위(5%)를 벗어난 것이다. 코란도는 측정 결과, 신고한 11.2㎞/L보다 10.7% 낮은 10㎞/L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이번 연비 조사결과에 따라 과징금(최대 10억원ㆍ매출의 1000분의 1)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비가 과장됐더라도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소비자 보상을 ‘권고’할 뿐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메이커가 연비를 속여도 과징금 10억원을 내면 그만이다”며 “10억원은 그들에게 그리 큰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비가 차량 구매시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지만 관련 법규, 시스템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후검증을 하는 국토부와 달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산업 육성 차원에서 완성차업체의 연비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산자부가 ‘연비표시제도(개별차종 단위)’ ‘평균연비제도(기업단위)’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산자부는 실 주행에 가까운 연비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신연비표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 연비 규제 시스템 부족

도심, 고속도로, 고속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저온 등 실제 환경과 비슷한 다섯가지 상황을 복합적으로 측정해 연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복합연비’로 불리며 기존 연비에 비해 10~20% 낮다. 산자부 산하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각 차종별로 신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 파트 1, 2, 3에서 배기량에 따라 소형ㆍ중형ㆍ대형으로 나누고, 가솔린과 디젤 차량을 구분해 각각 ‘연비 베스트 10’을 선정ㆍ분석했다.]

또한 산자부는 국내 자동차 연비ㆍ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2015년까지 총 판매 차량의 평균연비 17㎞/L 또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140g/㎞ 중 완성차업체가 택일하는 방식으로 연비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업체는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산자부는 5년 후인 2020년까지 연비 규제기준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차량 평균 연비 기준이 20㎞/L 이상(이산화탄소 100g/㎞)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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