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보고서❶ 30대 그룹 CSR 서베이 결과

 

CSR 활동이 넘쳐난다. 너도나도 ‘착한 기업’이 되겠다며 다양한 CSR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더스쿠프가 나섰다. 코리아CSR컨설팅그룹과 함께 30대 그룹의 CSR 활동 60개를 설문ㆍ분석했다. 인지도ㆍ호감도ㆍ적합도와 공익성을 의미하는 시티즌 지표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한진(44점), SK(41점), 삼성(36점), 현대자동차(31점), KT(30점), 포스코(27점), CJ(25점), 농협(22점), 한국전력공사(22점), LG(21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우수기업 10선選이다. 더 스쿠프와 코리아CSR컨설팅그룹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4 CSR 서베이’ 결과다. 괄호 안의 숫자는 전문가집단 80명의 응답률(복수응답)로, 점수로 표기했다. CSR 우수기업을 분석해보면 눈길을 끄는 공통점이 나온다.

기업마다 사회공헌 브랜드 또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한진의 슬로건은 ‘한마음’이다. SK는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고 나누는 기업’이다. 삼성은 ‘다함께 행복한 세상 해피투게더’, 현대차는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 CSR의 슬로건이다. KT는 ‘ICT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KT’, 포스코는 ‘For a better world(더 나은 세상을 향해)’를 표방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세상에 빛을, 이웃에 사랑을’, LG는 ‘젊은 꿈을 키우는 사랑 LG’라는 슬로건을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기업 CSR 활동에 브랜드 혹은 표어가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우수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곳’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하는 게 적합하다. 대중은 기업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슬로건이나 브랜드 등 큰 그림을 먼저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회공헌 슬로건이나 브랜드가 유명하고 많이 알려진 기업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미지는 내용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이라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홍보했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어느 기업이 사회적 책임(사회공헌)을 충실하게 이행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설문조사의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개별적 CRS 활동이다. 기업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활동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기업의 사회공헌 브랜드나 슬로건이 많이 노출됐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 스쿠프가 이번 설문조사의 초점을 기업의 구체적 CSR 활동에 맞춘 이유다.

지속적인 CSR 활동 중요해

설문조사의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2014년 4월 1일)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삼았다. 30대 그룹에 ‘가장 잘했거나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CSR 활동 2개’를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0대 그룹의 60개 CSR 활동을 취합했고, 이를 2014년 7월 3일~9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했다. 코리아CSR컨설팅그룹 연구원, 서울대학교 지속가능경영연구회, 인하대학교 지속가능경영 연구소 학생, 브랜드 컨설턴트, 스타트업 CEO 등 80명이 응답했다.

60개 CSR 활동 중 ‘인지도’ 1위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청구서 활용 미아찾기가 차지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80명 중 61.25%가 이 프로그램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전력공사는 1993년부터 매월 고객에게 보내는 전기요금 청구서에 미아사진을 게재하며 미아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09명의 미아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올 4월부터는 모바일 전기요금 청구서에 미아찾기 난을 신설해 실종 아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드림클래스(51.25%), KT IT서포터즈(38.75%), 한진 3대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37.5%)가 2~4위에 올랐다. CJ의 CJ도너스캠프와 문화재단은 공동 5위(36.25%)를 기록했다. LG LG사이언스홀(32.5%), 현대차 로보카폴리 교통안전교실(31.25%), SK 프라보노(31.25%), 금호아시아나 문화예술지원사업(30%), 한진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30%), 삼성 임직원 재능기부 캠페인(27.5%), SK 해피스쿨(25%), NH농협 농협인재육성장학생(25%), 동부 동부화재 임직원 프로미봉사단(25%)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이 CSR 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는 의미다. 1위를 차지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청구서 활용 미아찾기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21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LG사이언스홀은 무려 27년 역사를 자랑한다. LG는 1987년 국내 최초로 청소년 체험형 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을 건립해 현재까지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누적 관람객이 535만명에 달한다. 한진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10년), 동부 동부화재 임직원 프로미봉사단(8년), CJ CJ도너스캠프(9년), KT IT서포터즈(7년), NH농협 농협인재육성장학생(6년), SK 프라보노(5년) 역시 꾸준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꾸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거나 독특한 아이템일 경우, 대중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다. 대중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CJ 문화재단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재단의 활동은 36%가 넘는 인지도를 기록했다. 현 사회 이슈와 흐름을 적절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CSR 활동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는 또 있다. ‘호감도’다. CSR 활동에 얼마나 공감하고 호감을 느끼는지 가늠하는 척도다. 쉽게 말해 관련 활동이 대중의 마음을 관통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호감도 1위는 한진의 3대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65%)가 꼽혔다. 한진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로 작품 안내서비스를 후원하고 있다. 1년 뒤엔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에 차례로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한진은 한국어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3대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이유다.
 
2위는 한국가스공사의 온누리 열효율 개선사업(62.5%)이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초생활수급자ㆍ노인ㆍ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활시설의 바닥, 벽체단열, 창호 등을 교체해 건물의 열효율을 높여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자활공동체에 의한 집수리 등 사회적일자리 창출 효과도 지닌다. 수자원공사의 식수부족국가 식수개발 프로젝트인 글로벌 물 나눔(61.25%), KT의 IT서포터즈(60%), 한국석유공사의 에너지빈곤층 난방지원사업(60%),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청구서로 미아찾기(60%)의 평가도 좋은 것으로 집계됐다.
 

▲ 한국전력공사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전기요금 청구서 활용 미아찾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KT의 IT서포터즈는 쪽방촌ㆍ장애인ㆍ도서지역 등 정보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IT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보이스오버 교육을 통해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돕고, 청각장애인은 IT서포터즈에서 제작한 수화로 배우는 스마트폰 영상교재로 교육을 받는다.

다문화여성에겐 IT교육을 실시한 후 자격증 취득과 함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밖에 한국LH공사의 마을형 사회적 기업 설립지원(57.5%), 고속도로 교통사고 유가족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장학재단(56.25%), 공부방을 지원하는 한국LH공사의 지역아동센터 설립지원사업(55점%)도 호감 가는 CSR 활동으로 꼽혔다.

하지만 호감도 결과에선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좇을 때가 많다. 사회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념이 호감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감도 10선 중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이 80%로 나타났다. 인지도ㆍ호감도보다 중요한 지표는 ‘적합도’다. 적합도는 기업의 본질과 CSR 활동의 일치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본질과 활동의 교집합인 셈이다.

이를테면 아기용품 제조사가 출산과 양육 관련 CSR 활동을 펼치면 적합도가 높은 것이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은 “CSR 활동은 기업이 추진하는 이슈와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행복감이 서로 연결되고 공감대가 높아야 한다”며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야 CSR 활동이 확대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는 적합성이 높은 CSR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위한 CSR 호감도 높아

30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중 적합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어디일까. 적합도 1위는 KT의 정보소외계층 대상 IT교육 사업(IT서포터즈)이었다. 응답자 80명 중 71명이 KT의 본질과 어울린다고 답했다. 88.7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응답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선주 KT CSV센터 상무는 “KT만이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해 기업과 연계된 사회공헌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사랑받는 국민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청구서 활용 미아찾기(81.25%), 한국석유공사의 에너지빈곤층지원사업(80%)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차여행을 제공하는 한국철도공사의 해피트레인과 한국가스공사의 온누리 열효율 개선사업은 각각 78.75%를 받으며 공동 4위에 올랐다.

CJ 문화재단의 대중문화예술 분야 인재 발굴ㆍ지원(77.5%), 한국수자원공사의 글로벌 물 나눔(77.5%)과 초등학교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기증하는 OCI의 솔라스쿨 프로젝트(72.5%), 청소년 과학학습 탐구 기회를 제공하는 LG의 LG사이언스홀(71.25%)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중 CJ와 LG의 CSR 활동은 예술분야와 과학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외계층의 주거시설을 개선하는 대림의 행복나눔-사랑의 집고치기 활동(70%)과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병원용 엘리베이터를 기부하는 현대의 승강기 기부사업(70%)도 눈에 띈다. 대림은 건설업체 직원의 재능을 살려 도배와 장판교체뿐만 아니라 단열작업, LED조명 교체 등 에너지 효율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는 푸르메재단에 병원용 엘리베이터를 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적합도가 높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단순 금전지원이나 봉사활동보다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지표는 ‘시티즌 브랜드’다. 이 지표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지 측정한다. 공중公衆의 신뢰도이자 공익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시티즌 지표가 높은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착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티즌 지표가 높은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다.

 

▲ NH농협의 장학사업과 농촌 의료서비스는 공익성이 높은 CSR 활동으로 평가된다. [사진=NH농협 제공]

위생용품 업체인 유한킴벌리는 제품원료 대부분이 나무나 펄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생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1984년 유한킴벌리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해 국유림 조성하기, 숲이 있는 학교 만들기, 동북아 사막화 방지 활동 등 활발하게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유한킴벌리의 기업 평판은 무척 좋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만족하는가’ 질문에 응답자의 95%가 “그렇다”고 답했고, ‘우리 회사가 장수기업이 될 것인가’ 질문엔 96%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기업의 CSR 활동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30대 그룹 중 시티즌 브랜드가 높은 곳은 어딜까. 응답자 중 39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으뜸으로 꼽았다. 48.75%로 가장 높다. 한국전력공사는 2011년부터 국내외 저소득층의 개안수술을 지원해 지난해 말까지 국내 환자 190여명, 국외 환자 60여명을 지원했다.

기업 본질과 CSR 활동의 교집합 ‘적합도’

농업인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장학사업과 농촌 의료지원활동을 진행하는 농협(41.25%), 마을형 사회적기업 설립지원과 지역아동센터 설립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41.25%)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랑나눔 의료봉사활동과 글로벌 물 나눔(35%), KT의 KT기반 양방향 멘토링 플랫폼 드림스쿨과 IT 서포터즈(33.75%), 한국석유공사의 다문화가정지원사업과 에너지 빈곤층지원사업(31.25%)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SK(31.25%)의 CSR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9년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SK 프로보노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OCI와 한국도로공사(30%)도 우수 시티즌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OCI는 2010년부터 지적장애인의 올림픽대회에 임직원 자녀들이 대회진행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도로공사는 1998년부터 줄곧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가장을 잃은 유가족과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적절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해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사회의 적대감을 예방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되고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박용선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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