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의 영향이 주변국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1994년 ‘테킬라 위기’가 중남미를 휩쓸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주변 중남미 국가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의 확산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아르헨티나가 2001년 이후 13년만에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이 위기가 어디까지 번질지에 쏠리고 있다. 1994년 ‘테킬라 위기’의 학습효과로 보인다. 1994년 멕시코에서 시작돼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로 빠르게 번진 경제위기를 ‘테킬라 위기’라고 한다. 1994년처럼 아르헨티나 디폴트가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이머징 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994년과 지금 경제환경이 크게 달라서다. 당시 중남미 국가는 고정환율제나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경상수지 적자를 외자유입으로 보전하기 위해 통화가치도 고평가돼 있었다. 지금보다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였을 뿐만 아니라 외채비중도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테킬라 위기 이후 브라질ㆍ멕시코ㆍ콜롬비아ㆍ칠레 등의 중남미 주요국은 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했고 외국통화 표시 채권의 비중도 줄여왔다. 물론 경상수지적자, 정부재정수지적자, 고물가, 정치불안 등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 강도는 1994년보다 훨씬 약해졌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중남미 경제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멕시코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다만 6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과 2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감소로 디폴트 가능성이 등장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제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은 이머징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와 별개로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어서다. 특히 아르헨티나처럼 이머징 시장의 위험이 일부 국가에 국한된다면 한국이나 대만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엔 기대 이상의 자금유입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고물가, 내수부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취약 5개국(Fragile5ㆍ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자 시각은 하향조정될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자산매입 축소발언으로 극심한 외자유출과 투자심리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대감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취약국의 경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브라질과 터키의 물가는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엘니뇨현상’으로 물가상승을 이끈 식료품 가격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불안도 여전하다. 8월 처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는 터키에서는 현 총리인 에르도안의 승리가 예상돼 경기회복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월드컵으로 강세를 보이던 브라질도 10월 대선까지는 사회적 불안이 커질 공산이 크다. 여당이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포퓰리즘을 선택한다면 국가신인도가 하락해 외국인 투자 자본의 유출이 시작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디폴트가 이머징 시장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인도를 제외한 ‘취약 5개국’의 투자 위험은 높아질 것이다. 전염 가능성은 없지만 위기는 있다는 얘기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 eunjoolee@da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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