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 현대차 949만원 vs 도요타 1008만원

▲ 국내 택시시장에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등장하며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도요타가 택시용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이 택시의 연비가 탁월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내 택시시장에 균열이 생길 거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아무래도 비용이 싼 택시가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하지만 더스쿠프가 현대차, 도요타의 택시 연간 유류비를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현대차보다 도요타 차량이 더 비쌌다. 문제는 ‘유류보조금’이 판세를 갈랐다는 점이다.

국내 택시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택시시장은 현대차ㆍ기아차의 액화천연가스(LPG) 차량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앞세우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르노삼성도 전기차 ‘SM 3 Z.E.’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어 택시 대전大戰이 예상되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은 지난 8월 20일이었다. 이날 현대차는 ‘LF쏘나타’의 택시 모델을 출시했다. 쏘나타가 택시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모델인 만큼 신형 LF쏘나타를 출시해 시장 1위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LF쏘나타는 최고출력 151마력의 힘을 지녔고, 복합연비는 9.6㎞/L다. 택시 모델의 경우 일반 LF쏘나타보다 앞뒤바퀴 간 거리가 10㎜ 길어 실내 공간이 넓다. 그만큼 택시 고객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택시 기사에게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루에 7~8시간을 운전하는 만큼 차량 실내 공간은 택시 기사의 피로도와 관계가 깊다. LF쏘나타 택시의 가격은 1635만~2210만원이다.

같은 날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의 택시 모델 판매에 나섰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차를 움직여 연료 효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수입차가 국내에 선보인 첫 택시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수입차는 가격이 비싸 판매가 잘 안 되는데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택시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도요타의 국내 택시시장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요타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택시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택시시장에서 선두 자리에 오르기보단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키우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리우스 택시가 시내에 많이 돌아다니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기본 프리우스 차량 판매로 연결된다. 이후 택시 판매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택시 선순환’을 노리겠다는 게 도요타의 셈법이다.

택시시장도 국산차 vs 수입차

프리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연비다. 이 차량의 복합연비는 21㎞/L에 달한다. 현대차 LF쏘나타(9.6㎞/L)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프리우스의 좋은 연비는 국내 택시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정부의 유가 보조금을 받지 못해서다. 1일 평균 주행거리를 300㎞로 가정하고 LF쏘나타와 프리우스의 실제 유류비를 비교해본 결과, LF쏘나타의 하루 유류비가 2만5517.18원으로 프리우스(2만7117.29원)보다 적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LF쏘나타는 949만2393.75원, 프리우스는 1008만7632.47원의 유류비가 들어간다.
 
쏘나타의 경우, 연료로 사용하는 LPG 가격이 1037.91원이고(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9월 24일 서울 기준), 여기에 L당 221.36원의 정부 유가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결국 운전자가 내는 금액은 816.55원이다. 반면 프리우스는 연비는 좋지만 휘발유(1898.97원)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고, 유가 보조금도 없다. 하지만 프리우스가 유가 보조금을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순수하게 연비로 경쟁할 수 있어서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도요타 프리우스 출시 전 국내 택시시장에는 휘발유 차량이 없었다”며 “정부가 지원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우스가 시장에 나온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라는 친환경차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 1일 평균 주행거리 300㎞, L당 LPG 1037.91원, 휘발유 1898.97원, 기준| 오피넷 9월 24일 서울]
최근 정부가 디젤 차량 지원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휘발유 택시에 유가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택시운송사업 발전법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9월부터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한 디젤 택시 모델에 L당 345.54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디젤 택시가 유가 보조금을 지원받는 게 결정됐기 때문에 휘발유 택시도 예외를 두면 안 된다”며 “고연비, 친환경차 등 일정한 조건에 맞으면 형평성에 따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 역시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휘발유 택시의 유가 보조금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우스의 판매가 미미해 택시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하면, 유가 보조금이 거론조차 안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차 택시 모델도 조만간 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은 현재 서울시와 전기택시 사업 계약을 맺고, 전기차 ‘SM3 Z.E.’ 10대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 4월까지 8개월간 시범사업 형태로 SM3 Z.E. 택시를 운영한 후, 시장 반응을 보고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친환경차량인데다 운영비가 저렴한 만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M3 Z.E.의 판매가는 4200만~4300만원이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는 국가 지원금 1500만원,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이 더해져 2000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휘발유나 LPG가 아닌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운영비가 저렴하다.

LF쏘나타 1년 유류비, SM3 Z.E.의 2.6배

한국전력의 전기차 충전전력요금에 따라 계산한 본 결과, SM3 Z.E. 택시를 하루 300㎞ 운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총 9455.24원이었다. 연간으로는 351만7349.28원의 비용이 든다. LF쏘나타의 연간 유류비(949만2393.75원)와 비교하면 무려 597만5044.47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충전으로 135㎞밖에 달리지 못해 영업 도중 3번을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1번 급속 충전하는데 20~30분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영업시간을 뺏긴다는 것이다. 충전소가 서울에 34곳밖에 없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국내 택시시장이 LPG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 등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아직은 단점이 많고,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고연비, 친환경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이 보다 선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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