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 맥 없는 이유

▲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보이는 수익률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 펀드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대형 펀드’ 중심이라는 거다. 중소형 펀드에 유입된 투자금은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국내 펀드시장을 두고 ‘맥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펀드 투자의 묘미가 살아나려면 특색있는 중소형 펀드가 꿈틀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익률만 좇는 투자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대형 펀드가 좋은지 중소형 펀드가 좋은지의 문제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꽤 오래된 논란거리다. 사실 중소형 펀드 수익률이 좋았던 시절에는 1년 만에 100% 수익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번엔 대형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그러면 많은 투자자가 또 중소형 펀드를 환매해 대형 펀드를 따라간다. 매번 나타난 수익률만 보고 뒤만 좇아가다가 수익은커녕 마음만 상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대형 혹은 중소형 펀드의 구분은 대형주ㆍ중소형주 펀드의 구분과는 다르다. 대형주 펀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중소형주 펀드는 작지만 알찬 중견기업을 포함해 대기업 중에서도 저평가된 회사를 발굴, 투자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블루칩에 투자하는 게 대형주 펀드, 옐로칩에 투자하는 게 중소형주 펀드다.

펀드를 대형 혹은 중소형으로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펀드 투자금을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이면 대형 펀드, 그보다 작은 규모를 중소형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펀드를 구분하는 이유는 펀드 규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져서다. 최근엔 한국에도 투자금이 1조원 이상인 펀드가 꽤 많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봐도 50개가 넘는다. 한국의 펀드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는 얘기다. 필자가 처음 펀드를 접했던 1980년대 후반에는 1조원의 투자자금이면 시장을 흔들 정도의 규모였다.

펀드 수익률은 어떤 게 더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이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었다. 대형 펀드나 중소형 펀드나 나름의 특색이 있다는 얘기다.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초기에는 특정 테마와 스타일을 가지는 소형 펀드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운용전략이 성공해 수익률이 좋아지면 자금이 더 모인다. 이후 중형 펀드로 커지고, 계속해서 운용결과가 좋으면 자금이 계속 몰려 대형 펀드가 된다. 큰 투자금이 유입되면 초기의 운용전략이던 테마와 스타일을 유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펀드가 특정 테마와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7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의 규모가 적정선이라고 말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 이상이 되면 초기의 순수성을 지키기가 힘들다는 거다.

문제는 한국의 주식시장이다. 펀드 투자금의 83.8%가 10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9.5%)에 몰려 있다. 펀드의 80.5%에 해당하는 중소형 펀드의 투자금은 고작 16.2%에 불과하다. 대형 펀드와 중소형 펀드의 특색이 펀드 시장에서 함께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다. 더구나 상당수의 투자자는 수익률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테마가 있는 중소형 펀드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펀드 투자의 묘미를 살리려면 투자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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