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와 국내증시

국내 증시가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1960포인트선까지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자금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흥국의 경제력과 환율 방어력은 2000년대 이후 크게 향상됐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미련을 버릴 때가 아니다.

▲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띠는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코스피지수가 1960포인트대까지 내려앉았다. 원ㆍ달러 환율의 약세로 외국인이 ‘셀 코리아(Sell Ko rea)’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발표된 국내 무역수지가 3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원화강세요인이 잇따랐지만 달러 강세를 억제하진 못했다. 미국경기 회복세,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 등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현상은 신흥국 자금이탈과 국내 증시의 약세요인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그런 상황이 많이 연출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의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건데, 코스피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까.

일단 큰 그림에서 보면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를 심각하게 우려할 시점은 아니다. 달러 강세를 우려하는 이유는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약세→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져서다. 하지만 현재 자금흐름은 시장의 우려와는 조금 다르다. 1990년대 신흥국은 외환변동성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 달러화의 변동성이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흔들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건 당연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 유출을 초래했다.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사태, 1997년 태국 바트화 사태로 촉발된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이 달러화의 변동성에 있었다는 얘기다. 1990년대의 모습만 생각하면 지금의 우려는 설득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달러 강세→신흥국 자금유출’ 플로우(flow)는 2000년 이후 힘을 잃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달러가 추세적인 강세를 보였던 국면에서도 신흥국으로 글로벌 펀드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띠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자금이 이탈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한 상황에선 달러화가 강세현상을 보여도 신흥국 진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1990년대 중ㆍ후반 신흥국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신흥국의 환율방어 능력이 개선됐다는 얘기다.

이젠 코스피지수의 단기적인 변화 가능성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언급했듯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 차별적 경기모멘텀 등으로 달러는 강세요인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달러의 움직임을 보면 특이한 면이 포착된다. 일시적으로 폭등ㆍ폭락했다가 장기균형수준으로 수렴해가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의 흔적이 나타나서다.

달라진 신흥국의 환율 방어력

달러인덱스는 최근 26주간 약 9.1%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같은 기간의 변동성이 정규 분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가정할 때 현재 수준은 95% 부근이다. 극단적으로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균 회귀(mean revision) 관점에서 상승세의 진정 혹은 반전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란 얘기다. 달러화에 대한 기대 심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 위원회(CFTC)가 집계한 현재 달러화의 투기적 포지션은 5만5000계약에 육박했다.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상황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 인덱스가 26주 동안 두배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하며 90포인트대에 진입했던 경험이 있다. 또한 2011년 퍼펙트 스톰 가능성의 등장과 지난해 버냉키 쇼크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달러 인덱스에 대한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급격히 증가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달러인덱스의 레벨이 높거나 상승 방형으로의 변동성이 훨씬 크게 나타났던 당시에도 현재 수준의 투기적 포지션은 형성되지 않았다. 현재 달러의 방향성에 형성된 투기적 매수 심리는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영향으로 나타났던 일반적인 경우의 달러 강세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흥국 자금의 추세적인 이탈이라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도 달러의 자체적인 수익률이나 투기적 포지션의 쏠림 현상을 감안할 때 달러 강세가 과도하게 진행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달러화의 되돌림’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엔화나 유로화에 대한 약세 포지션이 다소 진정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 또한 상대적인 관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 회귀’ 가능한 상황

또 한가지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동향과 밸류에이션 수준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12개월 선행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5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PBR 1배는 국내 증시에서 절대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오던 수준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PBR 1배를 밑도는 시점은 적극적인 매수시점이었다. 이는 외국인 수급에서도 마찬가지다. PBR 1배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매수로 반전되는 터닝 포인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결국 달러화의 단기적 쏠림이 과도했다는 점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생각한다면 국내 증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보다 적극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byunghyun.cho@yuant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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