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과세의 비밀

▲ 펀드를 운영하면서 손실을 냈지만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횡보를 거듭하다 하락하면 펀드 투자자의 실망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펀드에 붙는 과세도 투자자의 기대를 떨어뜨린다. 펀드 운용 결과, 손실을 봤음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2~3개월 전 필자는 펀드와 세금을 설명하면서 ‘수익은 많이 났지만 세금은 조금 납부하는’ 사례를 소개했다[※참고: 더스쿠프 통권 96호]. 하지만 세상은 공평한 법. 그 원리를 다르게 적용하면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대부분의 펀드는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다. 주식은 매매손익과 배당이, 채권에는 매매손익과 이자가 있다. 결국 펀드는 이 네가지가 모여 최종 수익률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세금은 그 근원에 따라 과세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의 매매손익을 제외한 주식의 배당, 채권의 이자와 매매손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수익이 1000만원이 생겼지만 과표는 100만원만 잡혀 15만4000원의 세금을 뗀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시장이 하락해 1억원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사람에게 100만원의 채권(매매이익과 이자)과 주식 배당이 생겼다. 하지만 주식 부분에서 1000만원의 손실이 나타났다. 결국 이 고객은 900만원의 총 손실을 봤지만 100만원의 과세표준이 발생했기에 15만4000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1억원을 투자해 900만원의 손실을 봤지만 15만4000원의 세금을 낸 것이다. 손해를 보고도 세금을 내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이런 일은 주식을 90% 가까이 포함하는 주식형 펀드보다는 혼합형 펀드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50% 정도 주식을 가진 혼합형 펀드는 나머지 50%가 채권을 가진 경우여서 채권 이자가 꽤 생기는 반면 주식형 펀드는 채권 이자가 별로 발생하지 않아서다.

1억원을 혼합형 펀드에 1년 동안 투자한 경우, 5000만원의 주식 부분에서 5% 손실이 발생해 250만원의 손실을 봤다. 채권 부분(5000만원)에선 3% 이자가 발생해 150만원을 벌었다. 결국 100만원의 손실을 봤지만 앞에서 설명한 대로 23만1000원(150만원×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채권의 수익률이 거의 일정하다고 볼 때 주식 쪽의 손실 폭이 채권 이자와 같거나 그 이상이 된다면 투자자는 이 사실을 참고 지나가지 못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월 16일 기준 혼합형 펀드 536개 중 16%에 해당하는 88개 펀드가 연초 이후 손실을 내고 있다. 9월 15일 종합지수가 2035.82포인트였으니 100포인트 이상 더 떨어진 지금 상황에선 더 많은 펀드가 이런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를 기준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무 때나 이런 문제가 터지는 건 아니다. 펀드를 환매하는 경우와 펀드를 결산할 때(펀드 설정일) 일어난다. 이 두 가지 날짜를 기준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환매를 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펀드 설정일은 투자자가 의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므로 이 문제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펀드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내가 투자한 펀드의 설정일과 이런 어처구니없는 손실이 발생하는지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좋은 공부도 되지만 감정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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