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이륜차 시장은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규모가 가장 작다. 그러나 관련 단체는 가장 많다. 그렇다면 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단체는 많은데, 서로 협력하기는커녕 배척하면서 이륜차 시장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은 왜 성장하지 못할까. 우선 이륜차산업은 나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책 담당자도 외면하기 일쑤다. 더욱이 시장이 좁고, 관련 단체가 난무해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모든 게 엉망이다.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라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미 국내 이륜차산업은 무너지다시피 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은 연간 11만대 규모다.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 시기와 비교해 40% 급감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능력도 한계에 직면했다. 오직 고배기량, 고가 위주의 동호인만 존재한다. 여기에 폭주족 등 부정적인 이륜차 문화가 보다 발달했다. 일반인 역시 위험하고, 불량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국내 이륜차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도 이륜차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신속성ㆍ경제성ㆍ편리성 등 이륜차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최근엔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올 10월 초에는 국회에서 ‘이륜차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고배기량 이륜차의 자동차 등록제 도입,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 폐차제도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사실 국내 이륜차 제도는 상당히 후진적이다. 이륜차 관련 보험제도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폐차제도는 아예 없고, 초기에 사용신고만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륜차가 실질적으로 몇 대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검사ㆍ정비제도 역시 없다. 또한 친환경 이륜차에 별다른 투자도, 정부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와 지원이 없으니 좋은 이륜차가 개발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사안부터 차례대로 풀어 나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륜차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자동차산업과 마찬가지로 이륜차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이륜차산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자신의 입장만을 고려한 현실적인 제도만을 생각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는 각 부처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륜차 시장 작은데 단체는 많아

일반인에게 퍼져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탈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오토바이라고 하면 흔히 폭주족을 떠올린다. 불량스러운 사람들이 모여 타고 다닌다고 여긴다. 물론 사실과 다르다. 한 부분일 뿐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륜차 홍보와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물론 이륜차 업계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동시에 이륜차 이용자의 건전한 운전 습관도 중요하다. 이륜차가 보도ㆍ차도 구분 없이 주행하고, 일반차량을 곡예하듯 파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용자 스스로 고쳐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륜차 관련 단체가 지닌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이륜차 시장은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규모가 가장 작다. 그러나 관련 단체는 가장 많다. 그렇다면 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단체는 많은데, 서로 협력하기는커녕 배척하면서 이륜차 시장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단체를 해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건 어떤지 묻고 싶을 정도다. 현 상태로는 이륜차산업과 문화 발전은 요원하다. 네 것, 내 것 구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면 당연히 이익은 따라올 것이다. 이륜차산업, 정부든 관련 단체든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중심점이 필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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