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진실

▲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뜬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선대인 소장은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어서일까. 아니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상당수를 전세형 분양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처럼 상가는 진짜 수익률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국토해양부가 1층 상가 수익률만 통계로 집계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거다. 우리 부동산, ‘통계의 허점’에 빠졌다.

“주택시장 완만한 회복세” “수익형 부동산 시장 훈풍” “아파트 분양가 속속 인상” “달아오른 세종시 청약 열풍 고조” “아크로리버파크 완판, 조합원 대박”. 마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영향을 받아 일부에선 약간의 반등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하락세다. 이런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투자할 시기가 아니다. 자산을 잘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11월 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부동산 3대 시장 분석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의 얘기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시장의 실거래 가격(국토교통부 통계 자료 토대)은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 이후 조금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을 통틀어 보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5년 전 분양된 아파트, 전부 하락세  

강남을 제치고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는 지역으로 대표되던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2009~2011년 잠깐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56㎡(약 17평) 아파트는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132㎡(약 40평) 아파트는 분양 초기 가격보다 크게는 5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는 면적에 상관없이 분양가보다 더 떨어졌다. 2010년 30억원을 호가하던 222㎡(약 67평) 아파트는 올해초 3억원가량 내렸다. 20억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던 198㎡(약 60평) 아파트는 2013년 20억원 초중반대로 2억~5억원 떨어졌다. 2008년에 지은 송파구 잠실 엘스는 2011년까지 오르는 듯하다가 하락세를 탔다. 올해 들어 85㎡(약 25평) 이하 아파트들이 약간 반등한 게 전부다. 120㎡(약 36평) 아파트는 그런 반등조차도 없이 5억~7억원 떨어졌다. 서울을 대표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인 거다.

서울 외곽과 경기도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은평 뉴타운 폭포동 힐스테이트(D-11)는 2011년 하반기부터 1년 가까이 거래조차 없었다. 매물은 있는데 살 사람이 전무했다는 얘기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원마을(판교신도시) 아파트 역시 가격이 1억~2억원 떨어졌다. 파주 야당동(교하신도시) 한라비발디 센트럴파크는 2010년 분양 이후 단 한번의 반등도 없이 지난해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에코메트로12는 서서히 떨어지다 최근 들어 조금 반등했고, 인천 중구 운남동 영종 자이(영종하늘도시)는 반등도 없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행정복합도시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던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1.56%를 찍었지만 그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 6월 마이너스 0.28%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매매 자체가 많지 않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걸까. 선대인 소장은 “실거래가 이뤄지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은 통계의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상당수를 전세형 분양으로 돌린 게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선대인 소장은 “언론에서 강남권 재건축 3.3㎡당 평균 분양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얘기했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2차’, 올해 서울 시내 분양단지 중 최고 평균 경쟁률 71대 1을 기록했다던 ‘래미안 에스티지’, 위례신도시 청약열풍을 이끌었다는 ‘위례 자이’의 분양 물량은 총 760세대에 불과했다”며 “최근 또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기사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선대인 소장은 “청약 열풍이 불었던 아파트들은 죄다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구름 인파’의 실체는 소규모 분양  

상가도 가치가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상가의 투자수익률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를 훨씬 웃돌았지만, 올해 2월 기준으로 6.6%까지 떨어졌다. 선대인 소장은 “투자수익률을 자본수익률(상가 가격상승으로 인한 수익률)과 소득수익률(임대료)로 나눠보면 상가의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초 10% 이상의 수익률에서 자본수익과 소득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반반이었다. 하지만 2012~2013년에는 자본수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소득수익률만 4~5%였다. 올해 들어 자본수익률이 1%가량 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가의 투자수익률을 임대료가 받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임대료를 높이려면 장사가 잘 돼야 하고, 장사가 잘 되려면 소비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소득도 잘 늘지 않고 대출 빚 갚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소비는 늘어날 리 없다. 결국 상가 투자수익률이 오를 여력은 없다는 거다.

물론 6.6% 수익률이면 아직 3% 수준의 정기예금이나 국고채 투자수익률보다는 높다. 때문에 나름 괜찮은 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대인 소장은 “여기엔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상가 투자수익률의 통계를 낼 때 1층 상가만 집계한다. 공실률이 높은 2~3층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셈이다. 또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유지관리를 꾸준히 하고, 일정한 시기에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임대에서 뒷전으로 밀려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 모든 조건을 감안하면 상가의 실제 투자수익률은 통계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몇년간 공급량이 늘어난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도 계속 떨어졌다. 6~7%대에 이르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오피스텔 준공이 급격히 늘어난 2012년을 기준으로 5%대로 떨어졌고, 여전히 하락세다.

경매시장은 물건을 잘 고르고 권리분석만 제대로 하면 제값보다 낮은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대인 소장은 여기에도 거품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파트 가격상승률보다 낙찰가 상승률이 더 높아서다.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때 나온 매물은 제값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낙찰수수료를 받는 위탁 경매업자들이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좀 더 높은 가격에 입찰을 하기 때문”이라며 “일부는 업자들을 동원해서 허수 입찰가를 써내는 등 시장 자체가 매우 혼탁하다”고 지적했다.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최근 5년간 전반적인 하락세를 그렸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닥일 공산도 있다. 선 소장은 부정적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중반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17년 전 日 닮은 부동산 

1991년 일본에선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충격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각종 토건사업과 세제혜택은 물론 금리까지 낮춰 주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1994~1997년 사이에 신규 착공물량들이 쏟아졌고, 많은 이들이 실제로 집을 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대적인 토건사업을 벌였다. 감세와 초저금리 정책이 추진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와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부동산 미분양 물량은 계속 늘고 있다. 외환위기 같은 상황만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게 선 소장의 주장이다. 선대인 소장은 “물론 매물을 사서 프리미엄을 얹어 빨리 되파는 식으로 투기를 할 수는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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