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의 인색한 하락률

▲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세다. 하지만 실제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사진=뉴시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도 저렴해질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휘발유 가격의 50% 가까이 차지하는 높은 세금이 문제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일부 수도권에서는 L당 1500원대의 휘발유(일반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12월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지역에만 1500원대의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무려 22곳에 달했다. 여기에 향후 몇년간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없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휘발유 가격 인하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최근 드라마틱하게 떨어진 국제유가에 비해 휘발유 가격 인하폭은 미비하다.
 
[※ 참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는 30~40일 전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다. 여기에 세금과 유통 마진을 붙여 시중에 판다. 국제 원유 가격이 실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에 연동되기까지는 평균 40일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국제 원유와 국내 휘발유 가격을 비교하려면 40일의 시차를 둬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올 4월 3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01.29달러로 전월 대비 5.56% 하락했는데 40일 이후 5월 13일 국내 휘발유(보통휘발유 기준) 가격은 1870.64원으로 전월 대비 0.31%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가격이 떨어지긴 했는데 국제 원유가격 하락분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이유가 뭘까. 이용환 산업통산자원부 석유산업과 석유산업정책 총괄은 “원유 가격이 10% 떨어진다고 휘발유 가격이 10% 하락하는 건 아니다”며 “원유 가격이 전체 휘발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라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 전체 가격 중 50% 정도가 세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휘발유에 붙은 세금에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1월부터 8월까지 보통 휘발유 1L에 부과된 세금 총액은 969.27원으로 세전 휘발유 평균가격 899.87원을 웃돈다.

휘발유를 통해 얻는 국가 세수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앞으로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그릴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혜택이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휘발유 값을 떨어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류세 인하”라며 “정유사들이 아무리 휘발유 공급가격을 내리더라도 유류세를 잡지 못하면 소용 없다”고 밝혔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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