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펀드의 부활

▲ 지난해부터 투자 열기가 식은 삼성그룹주펀드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다시 부각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풀 꺾였던 삼성그룹주펀드가 자금을 다시 모으면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삼성그룹이 화학ㆍ방위산업 등 비핵심 계열사들은 털어내고,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시장에 공개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이 턴어라운드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삼성그룹주펀드는 한국투자자산운용이 2004년 처음 설정했다. 특정 그룹의 계열사 주식만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섹터펀드로 분류돼야 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ITㆍ금융ㆍ건설ㆍ서비스 등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있어 포트폴리오 자체로 분산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이 펀드는 2005~2010년과 2012년에 높은 성과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액티브주식펀드(기준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 추구)로 인식됐다는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삼성그룹주펀드가 인기를 끌자 운용사도 늘었다. 현재 삼성그룹주펀드는 한국운용ㆍ삼성자산ㆍ동양자산ㆍIBK자산 등에서 운용하고 있다. 관련 펀드가 많아지면서 운용 전략도 액티브주식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으로 다양해졌다.

하지만 이 펀드는 지난해부터 부진한 성과를 보이면서 운용 규모가 계속 줄었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운용 규모는 현재 약 4조8000억원으로 2011년 6조6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정도 줄었다. 전체 주식펀드에서의 비중도 2011년 9.2%에서 최근 7.6%까지 떨어졌다.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 실적이 줄어 삼성그룹주펀드 전체의 성과 부진으로 이어져서다. 박스권 증시 속에 새 정부가 중소ㆍ중견기업을 독려하는 정책을 펴 중소형주가 상승세를 탔다는 점, 지난해 상반기 뱅가드(미국 뮤추얼펀드 운용사)가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를 변경하자 대형주 매도가 늘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삼성그룹주펀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과는 별개로 삼성그룹 구조조정 이슈가 나오는 덕분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열사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은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 중이다. 11월 26일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계열사의 사업구조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기존 기업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으로의 역량 집중을 꾀할 수 있어서다. 사업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더구나 삼성그룹주펀드처럼 운용 전략이 명확한 펀드는 성과가 부진할 때도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쉽다. 2011년 성과가 부진했을 때도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부진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2011년에도 삼성그룹주펀드 운용 규모는 계속 늘어났고, 신규 펀드까지 출시됐다. 최근 2년간 성과가 부진해지면서 운용 규모가 줄긴 했지만, 부활의 가능성은 크다는 얘기다. 삼성SDS(11월 14일)와 제일모직(12월 18일 예정)의 상장 이후 한동안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한 삼성그룹주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실적 턴어라운드까지 겹친다면 금상첨화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hujung.kim@tongyang.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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