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소비가 많으면 행복할까. 시장경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Yes’라고 답할 거다. 그러나 소비가 행복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엘리자베스 던 컬럼비아대(심리학) 교수가 제안한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방법’을 한번 고찰해보자.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를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묻고 있다. 그러면서 ‘명품과 같은 물질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라’ ‘남과 비교하지 마라’ ‘생각을 바꾸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들 해결책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장에서 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적인 것을 포기하고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며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 진화심리학자들은 행복하지 않다면 생존과 번식의 동기가 매우 약화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진화적 맥락에서 생존과 번식에 적절한 상황에서 행복해지도록 유전적으로 구조화돼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는 물질적 여건들, 예를 들어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 따뜻하고 안락한 집, 남보다 나를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장식물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행복을 다룬 심리학 분야의 연구는 행복이 어떤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물질을 매개로 한 경험임을 강조한다. 그 연구에 따르면 생각을 바꿔 행복해지는 건 무척 어렵다.

그러니 소비행위도 행복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는 소비와 행복간 관계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2011년 한 언론이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1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돈과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는 10명 중 9명 이상이 돈과 행복은 관계가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ㆍ호주ㆍ필리핀ㆍ덴마크 등 나머지 9개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그럼 소비하면 행복할까.

현실적으로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해 있고 또 그 체제하에서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Yes’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가 행복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해지려면 시장에서 행복하게 돈을 쓰는 방법도 연습하라고 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던 컬럼비아대(심리학) 교수는 소비사회에서 어떻게 소비해야 더 행복해질까에 대한 방법을 몇가지 제안하고 있다.

 
첫째, 물질보다 체험을 구매할 것. 한 실험에 따르면 돈을 물질이 아닌 여행 같은 경험 축적을 위해 쓰면 행복감이 더 오래 지속된다. 둘째, 특별한 것을 위해 소비할 것.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을 구매하거나 구매한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대상의 효용가치가 훨씬 커진다. 셋째, 시간을 구매할 것. 바쁜 시간을 절약해 또 다른 일을 만들지 말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투자하는 것이다.

넷째,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할 것. 외상으로 물건을 산 후 나중에 값을 지불하는 행태에서 벗어나면 소비행동에 대한 후회가 덜하고 그 가치를 훨씬 오래 음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할 것. 엘리자베스 던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때론 스스로를 위해 돈을 소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할 때 행복감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자베스 던의 제안을 직접 실험해보고 싶다면 두달 후 여행프로그램을 당장 예약하고 결제하라. 가난한 친구를 위해 깜짝 비행기표를 선물하면 더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려 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