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수입차는 BMWㆍ벤츠 등 전통을 지닌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기술력도 뛰어나다. 국내 차량에 비해 브랜드 가치도 높다. 최근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수입차의 오랜 전통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높은 부품가격과 공임이 대표적 예다.

수입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시장점유율이 약 15%에 이를 정도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조만간 점유율이 20%를 넘고, 장기적으로는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BMWㆍ벤츠 등 전통을 지닌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기술력도 뛰어나다. 국내 차량에 비해 브랜드 가치도 높다. 최근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애프터서비스(AS) 측면에선 수입차가 자랑하는 전통과 역사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에서 국내 수입차 부품값 실태를 조사ㆍ발표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5개 수입차 브랜드(BMWㆍ벤츠ㆍ아우디ㆍ렉서스ㆍ크라이슬러)의 주요 부품을 미국ㆍ독일 시장과 비교한 것이다. 앞뒤 범퍼ㆍ헤드램프ㆍ보닛 등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부품이 미국이나 독일 시장보다 적게는 1.2배, 많게는 2.5배 정도 고가로 나타났다.

물론 어느 국가든 자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동차 부품보다 수입 부품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부품값이 유독 비싼 건 문제로 보인다. 수입차업계는 이런 이유를 댄다. “시장 규모가 다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들어간다. 또한 해외에서 수입되는 부품인 만큼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품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과점 구조’다. 수입차 부품의 경우, 브랜드별로 공식 수입사가 국내에 들여오고 지정된 공급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폐쇄적인 유통구조를 지니고 있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수입차 부품의 유통ㆍ판매 구조를 조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차 판매는 늘어나는데, AS센터는 현저히 부족하다. 기본적인 AS나 차량 점검을 받으려고 해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최근엔 수입차와 국산차, 수입차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져 AS 부분에 투자할 여력조차 없다. 수입차 회사의 수익이 크게 줄어 수입차 딜러 사이에 부품비와 AS로 줄어든 실적을 보충한다는 말까지 시장에 나돈다.

이번 수입차 부품값 조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일부만을 조사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5개 브랜드의 부품 조사가 아닌 수입차 전체 브랜드, 30개 이상 범용화된 부품을 조사해야 한다. 공임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입차 공임은 국산차 대비 2.5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특별히 수리비가 높아야 할 이유가 없다. 국내에선 수입차 공임 연구ㆍ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차종별 공임을 연구하고 있지만 수입차는 대상이 아니다.

수입차 부품비와 공임은 부풀린 수리비로 끝나지 않는다. 보험료 산정, 사고시 불협화음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수입차 접촉사고시 비싼 대물보상, 수리비용, 보험금을 노리는 ‘나이롱 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왜곡된 수입차 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불신이 커지고, 사회적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국산차, 수입차 구분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비틀어진 수입차 시장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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