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라이언 일병 구하기 ①

▲ 실제 전쟁은 영화보다 훨씬 참혹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평소 ‘변장’ 수준의 화장을 하는 여자의 ‘맨 얼굴’을 보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 얼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1998년 작품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는 화장기 없는 전쟁의 ‘맨 얼굴’을 관객들에게 도발적으로 들이민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이라는 것의 실체적 진실에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타이타닉’과 마찬가지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화는 4형제 중의 한명인 라이언 일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이언의 세 형제들이 모두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자 미국 국방부가 라이언 일병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그를 구출하는 작전에 나선다는 게 큰 줄거리다.

영화의 실존 인물은 뉴욕 출신의 프리츠 닐란드(Fritz Niland) 일병이다. 실제로 그의 세 형제 중 두명은 노르망디 전투에서 전사했다. 나머지 한명은 나중에 살아 돌아왔지만 당시만 해도 버마 전선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닐란드 일병이 노르망디 작전에 투입되자 미군 수뇌부는 닐란드 가문의 마지막 남은 아들만이라도 생존할 수 있도록 그를 후방 지역으로 이동 배치하는 ‘특별 배려’를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만약에 미군 수뇌부가 닐란드 일병을 노르망디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혹시 구조대라도 조직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다시 말해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나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 등에서 보여준 스티븐 스필버그의 상상력, 영화의 원작이 된 「D-Day(1944)」를 집필한 스티븐 앰브로스(Stephen Ambroseㆍ미국의 저명한 전쟁 역사학자이자 이 영화의 자문을 담당)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관한 치열한 ‘사실적 접근’이 결합돼 탄생한 영화가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다.

영화는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미군들의 오마하 해안(Omaha Beach) 상륙작전으로 시작된다. 첫 도입부에서부터 무려 30분간이 이 전투 장면에 할애된다.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만큼 수많은 전쟁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하나의 전투 장면이 이처럼 오래 지속된 영화는 없다. 그런데도 많은 관객은 그 장면이 그토록 오래 계속됐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전쟁영화들처럼 흥미진진한 액션이 있어서가 아니다.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서다.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쟁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의 전쟁은 흔히 보는 액션영화나 온라인 게임과는 전혀 다르고, 훨씬 비참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상회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 학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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