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ad & Bad |이건희 vs 강덕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최근 검찰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희비가 엇갈렸다. 노동조합 설립 시도 무산 의혹으로 고발당한 이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징역 6년을 선고받았던 강 회장은 또 다른 죄를 추궁당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몸통 살고 꼬리 죽다

노동조합 설립 시도를 무산시키려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병현)는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ㆍ참여연대ㆍ민변 등으로부터 피소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지난 1월 27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방해 행위는 없었지만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의 부당행위는 확인됐다며 일부 임직원에 대해서는 약식기소했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10월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150쪽 분량의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 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문건의 작성 주체와 출처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문건을 작성한 행위만으로는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 회장 등의 지시로 각 계열사에서 문건의 내용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볼 만한 관련 정황이나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심 의원은 검찰에 문건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삼성 측도 내부적인 지침은 있지만 문서화한 적은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삼성에버랜드가 사원교육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을 비방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노조의 유인물 배포를 방해한 점, 노조활동을 한 직원에 대해 개인정보 누설, 근태 관리부족 등을 문제 삼아 사규를 내세워 징계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조모 부사장과 이모 상무, 김모 차장 등 임직원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힘 빠진 몸통 두번 죽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해군총장 로비 의혹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이 자녀 소유 회사를 통해 STX측 금품로비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강덕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합수단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강 전 회장을 불러 2008년 10월 STX그룹 계열사에서 정 전 총장의 장남이 대주주로 있는 Y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7억여원을 후원한 배경을 추궁했다.

당시 Y사는 관함식 행사의 하나로 요트대회를 주관했고 군함용 엔진 등을 제작하는 STX엔진이 후원사로 행사에 참여했다.  강 전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Y사에 대한 후원금은 정 전 총장을 염두에 둔 로비자금 성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서충일 STX 사장과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의 전직 임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정 전 총장을 겨냥한 로비 일환으로 행사를 후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합수단은 요트대회가 STX 측에서 수억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로 볼 수 없고 업무처리 관행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2843억원의 배임 혐의, 회사 자금 557억원 횡령 혐의, STX조선해양의 2조3264억원 상당 분식회계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9000억원의 사기대출 및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부정발행 혐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ㆍ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강 전 회장의 항소심 재판은 4월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죄인으로 추락한 강 전 회장. 연초부터 험난한 산을 넘고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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