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➊ 그리스 vs 독일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구제금융 탕감’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진=뉴시스]
유럽의 양적완화 효과를 막는 첫째 변수는 ‘그렉시트(Greece+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다. 그렉시트가 구체화되면 유럽엔 또 다시 먹구름이 낄 공산이 크다.

예상보단 약하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다. 1월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반反긴축 노선을 공유하는 그리스독립당과 연합해 새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시리자는 재협상을 통해 구제금융조건인 긴축프로그램의 수위를 대폭 낮추고, 부채탕감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독일 등 채권국과 구제금융 협상에 나설 그리스 재무장관에 임명된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서민복지지출, 저소득층 세금감면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1%로 낮추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리스 구제금융의 키를 쥐고 있는 독일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그리스의 조건을 수용하느니 ‘그렉시트(Greece+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리자가 긴축정책의 반대편에 서 있는 좌파경제학자를 재무장관으로 기용하자 반反그리스 정서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영국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독일 유력 싱크탱크인 독일경제연구소(DIW)와 유럽경제연구소(ZEW)는 1월 27일(현지시간) “불가피하다면 그렉시트를 수용해야 한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그렉시트’를 금기시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어조다. DIW는 보고서에서 “그리스 새 정부가 2450억 유로(약 300조5856억원)에 이르는 구제금융 지원에 따른 긴축 조건을 부인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리스가 강경하게 나오면 유럽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 역시 ‘그리스 압박’을 시작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월 27일(현지시간) “채무조정(헤어컷)은 논의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쇼이블레 장관은 “헤어컷을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라며 그리스의 채무조정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2010년과 달리 금융시장이 유로존을 신뢰한다”며 “위기 전염 우려가 없는 만큼 (그렉시트에) 유로존이 쉽게 압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ㆍ스페인ㆍ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도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하는 데 동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렉시트가 구체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자가 반독일 성향의 연립정부를 꾸린 탓에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충돌할 위험이 더 커졌다”며 그렉시트가 실현될 가능성이 35%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예상치(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신임 총리가 바라는 ‘독일의 굴복 가능성’이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걸 의미한다. 그렉시트, 유럽을 또 다시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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