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공을 앞에 두고 수없는 왜글과 장시간 묵념한다고 정신이 집중되거나 정확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샷마다 스윙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동작을 반복하면 상대방에게는 짜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접대골프에서는 악착같이 이기려드는 모양새로 비친다. 가장 보기 좋고 상대방에게도 흡족한 모양새는 왜글과 빈 스윙을 딱 한번씩만 하는 것이다.

이 시대 골프경기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빠른 플레이다. 갤러리나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한 새로운 골프 규칙이다. 일반 골프 라운드에서 캐디나 전동카트가 도입된 것은 서비스 차원이다. 하지만 골프장 입장에서는 빠른 진행으로 손님을 더 많이 받는다는 진짜 이득을 노리고 있다. 비즈니스, 일명 접대골프는 잔디 위에서 천천히 걸으며 충분한 대화로 비즈니스 효과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카트를 타고 씽씽 달리는 모양새는 매우 유감이다. 아무튼 프로대회든, 비즈니스 골프든 샷 플레이는 가능한 한 빠르게 하는 게 맞다. PGA에서는 한 샷 플레이 속도를 40초로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최대 20초의 여유를 더한다.

지연플레이 형태는 어드레스 때 손목을 흔들면서 클럽을 공 앞에 들었다 놨다 하는 왜글(일명 쏘시개)과 스윙을 해보는 프리 샷(빈 스윙), 퍼팅 때 어드레스가 끝났는데도 공을 때리지 않고 서 있는 자세(묵념) 등이다. 또 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어떤 골퍼는 티잉 그라운드나 페어웨이에서 어드레스하기 전에 마치 전장에서의 지휘관인 양, 클럽을 페어웨이나 그린을 겨냥해 한참을 주시하기도 한다. 이런 플레이는 스코어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쁜 습관이다. 건강에도 안 좋다.

▲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는 한때 지나친 왜글로 방송카메라가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을 정도로 미디어로부터 외면을 당했다.[사진=뉴시스]
공을 앞에 두고 수없는 왜글과 장시간 묵념한다고 정신이 집중되거나 정확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프로가 그러한 행동을 하면 팬을 잃는다. 비즈니스 골프에서는 더욱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샷마다 스윙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동작을 반복하면 상대방에게는 짜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접대골프에서는 접대가 아니라 악착같이 이기려드는 모양새로도 비친다. 왜글이나 빈 스윙은 100% 정신적으로 해결될 문제다. 차분한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지나친 왜글 때문에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미국 TV방송 중계카메라가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았던 선수는 케빈 나(미국)다. 이후에도 한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대회가 이어지는 시즌 중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프로골퍼도 이처럼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데 주말골프, 비즈니스 골프에서는 말을 하나마나다. 마인드 컨트롤, 이를테면 ‘생각하는 골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바로 요즘처럼 필드에 가고 싶어도 추워서 못가는,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가 있을 때가 절호의 찬스다. 비즈니스 골프에서 가장 보기 좋고 상대방에게도 흡족한 모양새는 왜글과 빈 스윙을 딱 한번씩 하는 것이다.

반면 어드레스 즉시 그대로 휘두르면 무성의하고, 노골적인 접대골프로 비칠 수가 있다. 공을 때릴 때마다 “(빈 스윙은) 안한다”라든가 “1회 이상은 절대 안한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반복하면 정신의 명령조차 거부하며 100% 굳어졌던 루틴을 수십 퍼센트 깎아내릴 수가 있다. 하나 더 조언하자면 올 시즌에서는 퍼팅플레이를 할 때 절대로 두번 이상 빈 스윙은 물론 묵념을 하지 말기를 간곡히 권한다.

화이트칼라들에게 고혈압ㆍ혈관장애ㆍ당뇨 등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알고도 가정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조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열대성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올해 여름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불볕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예보가 있다. 한여름에는 그린에서 어드레스만 취해도 땀이 공 주변에 뚝뚝 떨어진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고혈압, 또는 당뇨 환자 수준인데 퍼팅플레이때 묵념의 시간이 20초 이상 된다면, 혈압상승은 아이언이나 드라이버 샷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상승한다. 졸도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원상복귀가 힘들다. 그 순간 병은 이미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