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레고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남대문을 선정하고 블록으로 만들었다. [사진=뉴시스]
사람들이 세계 어느 도시를 방문할 때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다. 그래서 각 도시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물을 만든다. 바로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다.

랜드마크라는 의미는 뭘까. 국어사전을 보면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라고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어떤 상징물이 랜드마크가 돼야 할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파트만 보인다. 이런 이유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례1 세계적인 블록완구회사인 ‘레고’는 몇년 전부터 ‘아키텍처(architecture)’라는 시리즈물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각 도시의 랜드마크를 형상화해 출시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 영국 런던은 타워브리지 등을 지목해서 블록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레고가 선정한 서울의 아키텍처는 무엇이었을까. 레고는 ‘남대문’을 서울의 아키텍처 주제로 선정했다.

#사례2 중국의 각 지방은 지역 도시특색을 강조하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기이한 설계를 앞다투어 진행하고 있다. 이 바람에 중앙정부가 곤혹에 빠졌다. 각 지방 책임자는 임기 중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기이한 건축물 건립을 허가해 줬다. 허난성 정저우鄭州에는 옥수수 모양 빌딩이, 장쑤성 쑤저우蘇州)에는 ‘속옷 바지’ 형태 건물이, 상하이上海에는 ‘승마 부츠’로 불리는 빌딩이 세워졌다. 주변 경관과 동떨어진 건물로 인해 랜드마크가 아니라 흉물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사례3 싱가포르에는 마이스산업 육성을 목표로 최대 52도 기울어진 경사와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건축한 것으로 유명한 ‘마리나베이샌즈’가 세워졌는데, 연간 4000만명이 방문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반면 수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찾는 연간 해외관광객 수는 조그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보다 적다.

신흥 부국으로 불리는 중국과 두바이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초고층 건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부분 세계 최고층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물론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경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높은 건축물만 있겠는가. 서울 역시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에 뛰어들면서 점점 가열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133층짜리 프로젝트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잠실벌에는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가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한전본사 부지 내 115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20세기까지 랜드마크는 무조건 높이라는 요소에만 집중했다. 21세기의 랜드마크 의미는 상당히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 우리가 세계 유명도시의 랜드마크를 가는 건 단지 높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을 이용하는 도시 주민들, 관광객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순환적 피드백과 가슴을 적시는 스토리텔링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랜드마크라 할 수 있겠는가.

어느 도시나 한 가지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도시에는 사람이 안전하게 주거해야 하고, 여가활동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당연히 도시에는 만남과 소통의 장소인 광장과 랜드마크가 사람 중심으로 있어야 하며, 보행 친화적이어야 한다. 높이로 혹은 위압적인 모습으로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고, 공감하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상징물이 바로 21세기형 랜드마크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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