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잡는 M&A 폭풍

▲ KB금융지주와 LIG손해보험의 매각 가격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의 M&A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LIG손해보험의 마무리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수승인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지연이자 문제가 골치를 썩이고 있다. LIG손보의 인수조건인 미 금융회사(FHC) 자격승인 절차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잔혹사를 들여다봤다.

2006년 ‘론스타 먹튀논란’으로 인한 외환은행 인수포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KB금융지주는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1년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메가 뱅크’ 논란에 휘말려 포기했다.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이사회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ㆍ우리저축은행ㆍ우리아비바생명) 인수전에서도 쓸쓸하게 물러났다. KB금융지주가 M&A에 성공한 사례는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LIG손보 인수계약에 성공, 질기게 이어지던 ‘M&A 저주’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KB금융지주는 LIG손보와 6850억원(지분 19.47%)에 인수계약을 맺고 지난해 8월 11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진통의 연속이다. 때마침 KB금융지주가 내홍에 휘말리면서 금융위의 인수승인이 그해 12월까지 4개월이나 미뤄졌다. KB금융지주는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전원교체라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시한 뒤에야 LIG 인수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KB금융지주는 3월 정기주주총회 전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LIG손보의 사명변경, 신규 이사회 구성안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연이자와 거래대금 등에 관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임시주총을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M&A 계약 당시 KB금융지주와 LIG손보는 2014년 10월 27일까지 인수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연 6%, 하루 1억1000만원의 지연이자를 LIG손보 대주주에게 지급하는 약정을 맺었다. 현재까지 쌓인 지연이자는 대략 130억원. 여기에 LIG손보 미국법인의 손실분을 합치면 KB금융지주로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B금융지주와 LIG손보는 매각 가격 조정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의 입장 차이가 커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통은 이뿐만이 아니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로 미국지점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FRB의 미국 금융지주회사(FHC) 자격취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격을 취득해야 LIG손보의 인수가 마무리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관련 임원이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했다”며 “FHC 자격을 승인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FRB의 FHC 자격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LIG손보와 진행 중인 가격조정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FHC 자격 취득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변경ㆍ이사회 구성ㆍ거래대금 지급 등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관계자는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어도 5월은 돼야 인수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KB금융지주가 지급해야할 지연이자는 200억원을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참 바람 잘 날 없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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