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임원보수한도 인상 논란

▲ 동부하이텍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임원 보수 한도를 증액했다.[사진=뉴시스]
동부하이텍이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긴 침체 끝에 일궈낸 눈부신 성과다. 그 때문인지 이 회사는 임원보수 한도를 두배로 올렸다. 과실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은 여전히 대규모 차입금과 모회사 구조조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임원보수한도 증액이 불편해 보이는 이유다.

동부하이텍이 3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 한도 총액을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올렸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그동안 임원 보수 한도를 계속 동결해왔다”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에 대한 사기 진작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997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다. 중국 스마트폰과 대만 정보통신(IT) 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판매가 늘어난 게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힘겹게 얻어낸 ‘흑자의 과실’을 임원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게 동부하이텍의 방침인 셈이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동부하이텍이 ‘안전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아직 ‘손실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77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인은 65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에 있다. 2004년부터 동부하이텍이 산업은행 등 15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네차례에 걸쳐 65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자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63%에서 13.35% 사이다. 당연히 이자비용이 골칫거리다. 2013년엔 이자비용 탓에 8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12년 29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715.9%까지 치솟았다.

외적 환경도 썩 좋지 않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13년 12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매각 작업은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아이에이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조달 문제로 결렬됐다. 최근에는 중국 반도체 위탁 생산회사인 SMIC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동부하이텍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SMIC가 차입금의 이자율을 큰 폭으로 내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틀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MIC가 정보를 요청한 뒤로 묵묵부답이라 매각 작업이 답보 상태”라며 “공개 매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각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헐값이 아니면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리스크가 매각을 막아서고 있다”며 “동부발전당진과 동부로봇 역시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예정자가 그룹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가격을 자꾸 낮추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자 곧바로 보수한도를 올린 동부하이텍을 두고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보수 한도를 늘리는 것은 임원들의 보수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라며 “회사 사정이 어려운 만큼 임원들의 보수한도 인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주주들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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