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회사채 흥행했지만…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를 맞은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엔 성공했다. 일부에선 ‘동양 사태’에서 비롯된 ‘고위험을 피하던 투자 분위기가 완화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수요예측이 흥행한 건 실적반등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실제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회사채는 외면을 받고 있다.

▲ 동양사태 이후 우량 회사채와 비우량 회사채 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현대중공업은 2월 25일 회사채 수요를 예측했다. 결과는 대성공. 3년물(1800억원), 5년물(500억원), 7년물(7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모집금액의 2배에 육박하는 5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이 지난해 11월 ‘AA+’에서 ‘AA’로 하락한 게 되레 호재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 2월 13일 SK케미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지만 3년물(200억원), 5년물(4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엔 총 66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신용등급이 흔들리는 기업의 회사채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일부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사채의 양극화 현상이 완화됐다”고 분석한다.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부도 사태 이후 고위험 채권을 피하던 투자자의 심리가 변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반론이 더 많다. 현대중공업·SK케미칼의 사례를 ‘시장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해석해선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은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로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수요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현대중공업과 SK케미칼의 사례로만 시장을 속단할 수 없다”며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회사채는 외면받고 있는 양극화 상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동부그룹은 지난해 모두 네차례의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2월 시행한 43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 동부CNI가 실시한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동부메탈은 32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동해공장까지 담보를 걸어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끌어올렸지만 한곳의 기관투자자도 참여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은 3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원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하지 않기로 했다. 2월 삼성물산이 만기 회사채 1200억원어치를 순상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발행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AA-’ 신용등급을 받는 회사들이다.

김필규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과거 극동건설, 한라산업개발 등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며 “동부그룹 역시 구조조적인 부실을 안고 있어 신용등급이 상승해도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중공업과 SK케미칼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악재를 맞았지만 재무구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실적반등 요소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플랜트 부문과 해양 부문을 통합하고 계열사내 조선3사의 설계·영업조직을 합치는 등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와 비용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SK케미칼 역시 기존 석유화학 분야에서 제약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실적개선을 노리고 있다. 특히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혈액제 사업엔 지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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