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성완종 회장은 성품이 여렸다. 때문에 검찰수사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다.[사진=뉴시스]
검찰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사람. 남상국, 안상영, 그리고 성완종. 공교롭게도 필자와 친분이 깊었다. 이들 세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심성이 유약하고, 예상 밖의 지위를 얻었으며,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는 거다.

2500여년 전 공자는 소인의 반대개념으로 군자란 말을 사용했다. 현대개념으로 보면 지도층 혹은 상류층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최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사회지도층을 흔들고 있다. 필자와 친분이 있던 군자들의 자살이 반추되며 무언가 방점을 찍고 싶은 의욕을 억누를 수가 없다. 이번에 자살한 성 회장, 2003년 자살한 남상국 대우건설 전 사장, 2004년 자살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필자는 특별한 친분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세명을 생각하면 연민의 정이 샘솟는다.

남상국 전 사장은 대우건설의 국내외 현장을 누비고 다닌 그야말로 현장엔지니어 출신의 기술자다. 그룹이 붕괴되고 경영권이 DJ정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그는 뜻밖에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연임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을 당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1997년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 부산매일신문의 정상화를 위해 김우중 회장의 부름을 받고 취임했다. 고향이 부산이고,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점을 받았지만 부산매일신문을 살려내지 못했고, 1999년 사임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어진 지자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산시장의 공천을 따냈고, 시장에 당선됐다. 그 와중에 자금수수의혹이 불거져, 구치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성완종 회장은 1999년 DJ정부 당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측근을 통해 필자에게 찾아왔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임무를 맡고 있던 필자와 성 회장은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경남기업의 인수와 관련 많은 협의를 진행했다. 인수대상인 경남기업은 사우디, 스리랑카에 진출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명성을 알린 건설회사였다. 반면 성 회장이 경영했던 대아건설은 관급공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규모로는 경남기업을 인수하기 어려웠지만 성 회장은 적극적으로 추진해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이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서인지, 필자는 세명의 공통점을 잘 알고 있다. 첫째, 심성이 순하고 착하다. 달리 말하면 불굴의 투지를 앞세우기보단 상황에 순응 또는 적응하려는 여린 성격을 갖고 있다. 필자와 대화를 할 때에도 예의와 범절을 지키며 경청하는 편이 많았다.

둘째, 정치권과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접근을 감히 거부할 수 있는 의지와 과단성이 이들 세명은 모두 부족했다. 결국 남의 청을 거절 못하는 여린 성격 탓에 검찰수사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규명하기보단 스스로 침몰해버리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다. 태양 주위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면 춥고 지나치게 가까우면 뜨겁다는 거다. 그게 무엇이든 적당한 거리에서 배회하는 것이 순리라는 얘기다. 이 말은 경영인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기업을 존속시키고 싶다면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말고 먼 거리에서 염탐만 하라는 거다. 경영인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순간, 기업의 존속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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