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누군가에게 뇌물을 주는 관행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영란법’이 논란이다. 대상이 사립학교 직원, 언론인 등 광범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규제하는 게 ‘위법성’을 논할 만큼 심각한 걸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필자는 A그룹에서 총수의 지시에 따라 매년 주요 언론사와 공공기관에 소정의 떡값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로부터 비자금을 갹출해 마련하기도 했다. 언론사용 떡값은 홍보 파트, 경찰용은 총무 파트, 공공기관용은 대외협력 파트에 빠짐없이 나눠졌다. 그러던 어느날, 떡값을 받은 인물과 조우를 했다.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A씨 : “김이사님(당시 직함). A그룹은 뭐 그렇게 무정합니까. 무슨 명절에 떡값도 안줘서 윗분에게 무안을 당했습니다.”
필자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입니까. 충분한 떡값을 담당 파트를 통해 전달했는데요. 그건 우리 그룹총괄실에서 차질없이 준비하고 실행했습니다.”
A씨 : “그거야 받았죠. 근데 그게 뭡니까? 코끼리에게 비스킷격이죠. 우리 조직이 노숙자 쉼터식의 불우이웃돕기입니까?”


필자는 할 말이 없었다. 떡값을 줘도 뭐라 그러는 식이니 할말이 있었겠는가. 이처럼 기업엔 갑질을 하는 수많은 관계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갑들은 ‘독사의 탈’을 쓰고 있어 한번 물면 순순히 놓는 법이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업조직은 갑이 뿜은 독에 감염돼 썩어들어간다. 이런 갑은 발주자ㆍ공급자ㆍ채권자ㆍ금융회사ㆍ공공기관ㆍ언론사 등으로, 기업의 존망을 가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런 연유로 모든 기업은 갑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환대를 한다. 갑에게 필요한 경비를 대신 계산하거나 일종의 떡값을 주는 식이다. 이는 거래를 계속하기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거하기 어려운 필요악일 순 있다. 허긴 떡값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떡값을 받으면 정성이 고마워 허용된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문제는 그 떡값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과도한 떡값 관행은 불법회계라는 새로운 악행을 저지르게 만든다. 중간에 떡고물을 챙기는 자까지 발생해 부작용을 더 키운다. 필자는 수많은 기업을 감사하며 ‘떡값’의 폐해를 수없이 많이 봤다. 떡값의 크고 작음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다.

부패방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주목을 받는 건 뇌물수수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증명하지 못해도 ‘유죄’가 입증될 수 있어서다.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이 법은 사립학교 직원, 언론인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일부 법 전문가들이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공공부문의 부패를 생각해보면 ‘김영란법’이 과한 것도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패도는 심각하다. ‘김영란법’을 보면서 떡값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던, 그리고 떡값 자체가 적다고 푸념하던 옛 인사들이 떠올랐다. 이들에게 ‘청렴’이란 무엇이었을까. 또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념은 바뀌었을까. 고찰해 볼 문제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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