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웃고 남대문 우는 이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물을 말이 있다. “명동 한복판에서 남대문으로 가는 길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박 시장이 그 길을 꿰뚫고 있다면 이렇게 답할 게다. “명동에서 쇼핑을 즐기셨다면 이제 한국의 재래시장을 경험하실 차례입니다. 명동 유네스코길(메인스트리트) 초입에서 남대문시장까지의 직선거리는 400m에 불과해 아주 가깝습니다. 다만 횡단보도가 없으니 소공동 지하상가를 이용하십시오. 지하상가에서 빠져나오면 롯데 영플라자가 나타나는데, 멈추지 마시고 다시 170m를 걸어가세요. 그러다보면 지하보도가 또 나옵니다. 그곳은 가급적 피하시길 바랍니다. 노숙자는 많은데 CCTV가 없으니까요.

내부가 복잡하고 침침해서 우리 서울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잘 안보이시겠지만 지하보도를 지나쳐 더 걸어가면 한국은행으로 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이걸 건너면 분수대 방향으로 횡단보도가 나옵니다. 이를 다시 건너면 짠! 이제 남대문시장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가는 길에 남대문시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이정표가 눈에 띄질 않을 겁니다. 숭례문과 남대문을 중복표기해 헛갈릴 수도 있습니다.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아는가. 명동에서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길이 불친절하다는 것을…. ‘유커遊客 수혜’로 명동엔 활력이 감도는데 남대문시장엔 곡소리가 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동을 방문한 유커가 남대문시장으로 넘어가는 길이 사실상 끊겨서다. 그렇다. 길은 있는데 길이 없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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