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에게 물어보니…

▲ 외국인 관광객은 남대문 시장을 신선하게 바라보지만 홍보가 부족한 게 문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남대문시장은 신선한 곳이다. 주얼리ㆍ패션상품을 싸게 파는 노점이 많고 호떡 등 길거리 음식도 다양해서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는 1400만명(연간) 외국인 관광객은 남대문시장을 외면한다. 명동 옆에 남대문시장이 있다는 걸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도 태반이다. 남대문시장을 이대로 버려둘 텐가.

서울 중구 문화관광 사이트. 남대문시장과 명동은 ‘남대문ㆍ명동 쇼핑코스’라는 타이틀의 ‘테마여행’으로 묶여 있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과 화폐박물관 등 근대 건축물을 지나 … 명동거리를 둘러보고 대한민국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을 지나는 다양함이 공존하는 코스….’

그럴싸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관광객은 이 코스를 따라 걸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명동과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수많은 외국인은 명동과 남대문시장을 따로따로 방문한다. 이유가 뭘까. 일단 명동과 남대문시장이 가깝다는 것조차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5월 5일 명동과 남대문시장에서 각각 10팀, 총 20팀의 외국인에게 물었다.

이중 명동과 남대문시장을 같은날 방문하거나 방문할 계획인 팀은 한팀뿐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친구들과 여행 중이었던 다이아나(29)는 “명동에 와서야 남대문시장과 명동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명동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남대문시장은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서 갔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왔다는 비키(28)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번이 두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 방문 때 명동과 남대문시장을 모두 가봤다. 하지만 각각 방문했다. 나중에 이 두 지역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기까지는 좋다. 남대문시장의 존재조차 모르는 외국인도 많다. 명동에서 만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남대문시장을 “모른다”고 했다. 명동 눈스퀘어 근처에서 만난 한 중국인에게 “남대문시장에 갈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는 “남대문시장이 어디냐”고 되물으며 지도를 펼쳤다. 지도 속 회현역을 가리키자 이 중국인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로 맞은편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갈 것”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양손에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 있는 또 다른 중국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모두 고개를 저었다. 유커를 상대로 여행가이드를 하고 있는 안문철씨는 “중국인 여행루트에 남대문시장은 없다”며 “유커 대부분 동대문운동장역 근처 밀리오레와 두타, 명동의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쇼핑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시장과 달리 이들 쇼핑몰의 경우 대형버스 주차가 가능하다”며 “깨끗한 내부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남대문시장 근처에는 대형버스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 특수 “글쎄”

반면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는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과거 한국은행 맞은편 분수대 앞에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며 “2009년 회현 고가차도가 철거되고 지상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이마저도 사라졌다”며 혀를 끌끌 찼다. 명동과 남대문시장을 연계하는 홍보가 신통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를테면 외국인 관광객이 구글사이트에 서울여행(Seoul Travel)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상단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비짓 서울(Visit Seoul)’ 사이트가 뜬다.

영문으로 된 이 사이트 메인 페이지의 ‘인기 많은 지역(5월 8일 기준)’은 명동이 1위, 동대문(2위), 인사동(3위), 북촌 한옥마을(4위), 강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남대문시장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쉬운 방법이 있다. 명동 관광정보에 ‘남대문시장’을 함께 소개하면 된다. 하지만 비짓서울 사이트엔 이런 정보가 없다. ‘명동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묻자 비짓서울 관계자는 “엄연히 다른 지역이어서 정보가 따로 올라간 것”이라며 “조만간 연계 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보가 있더라도 난제難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남대문시장에서 명동, 거꾸로 명동에서 남대문시장을 가는 건 외국인 관광객에게 쉽지 않은 여정이다. 가는 길이 복잡해서다.  실제 명동과 남대문시장 사이에서 헤매는 외국인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 바로 앞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중국인 카일은 한참동안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이 가깝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경희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그는 1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그에게도 이 길은 생소했던 거다.  게다가 명동지역에서 남대문시장 쪽을 바라보면 신세계백화점이 보인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뒤편에 남대문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 관광객은 잘 모른다.

복잡한 루트, 외국인 “혼란스러워”

남대문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관광명소다. 한국이라는 콘텐트를 보여주기에도 제격이다. 미국 뉴욕에서 왔다는 주디(25)는 “뉴욕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많아 명동보다 남대문시장이 오히려 매력적”이라며 “주얼리, 패션 상품을 싸게 파는 노점이 많고 호떡 등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에디(32)는 “명동에는 화장품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많다”며 “하지만 남대문 시장에는 남성 의류는 물론 공구도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은 남대문 시장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로 넘쳐난다.
한국에서 2년 동안 거주 중이라는 미국인 재키(31)는 이렇게 말했다. “남대문시장에 한달에 한두번 온다. 수입명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을 싸게 팔아 좋다. 나 같은 미국 여성들이 입을 만한 옷도 많다. 하지만 홍보가 덜 된 것 같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곳곳에 남대문시장이 가깝다는 안내 표지판을 붙이면 어떨까.”

남대문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명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다. 반면 남대문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 외국인 관광객이 최초로 1400만명을 넘겼다며 자축했다. 하지만 직선거리 500m에 불과한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할 때다.
글ㆍ사진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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