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라운드를 망쳤다면 자신의 약한 내공을 반성할 일이다. 마인드컨트롤이 약하면 비즈니스 능력도 문제다.[사진=뉴시스]

경기장에 나서기 전에 승리하는 방법과 정답을 확실히 알고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골퍼는 이미 코스 공략과 승리를 위한 정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티샷이 정통으로 맞지 않았을 때 틀렸다고 단정하거나 자신을 원망하는 데에 있다. 짜증에 이어 스윙도 커진다. 골프가 멘탈 스포츠인 이유다.

“골프는 멘탈스포츠다”고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짜증’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라운드 내내 즐겁고, 대부분 원하던 샷이 나왔고, 스코어도 만족스럽다면 골프는 멘탈 스포츠가 아니다. 신경질이 났거나, 과감한 공격이 엉망으로 끝났거나, 상대방의 플레이가 일부러는 아니더라도 언사나 플레이가 기분 나쁘다고 느꼈을 때 나오는 표현이다.

멘탈을 강조하는 이유는 골프의 또 다른 특징에 있다. 선수가 경기장에 나서기 전 승리하는 방법과 정답을 확실히 알고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그런데 모든 골프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보기플레이어(핸디캡 18)인 골퍼가 남서울CC에서 라운드한다고 가정해 보자. 핸디캡 18이면 매홀 보기만 하면 본전, 무승부가 된다.

1번 홀. 레귤러 티잉 그라운드(파4 380야드)에 섰을 때 틀림없이 오가는 대화가 있다. “이 홀 거리가 얼마지?” “왼쪽 언덕 쪽으로 겨냥하면 안전합니다” “왼쪽 벙커를 넘기려면 몇 야드 날려야 하나?” 등등. 사실 물어볼 이유가 없다. 페어웨이와 벙커는 눈앞에 빤히 보인다. 180~220야드 전방 페어웨이의 폭은 50야드 이상이다. 맘 먹으면 220야드 이상은 날릴 수 있지만 200야드만 날리자며 가볍게, 정확히 샷을 한다. 아무리 잘못 맞는다고 하더라도 50야드 이상 오차로 러프에 들어갈 것까지는 없을 게다.

세컨드 샷은 5번 우드나 아이언으로 올리면 2온이다. 온만 되면 그린이 어떻게 변했든 캐디가 친절하게 공을 닦아 홀과 정성껏 맞춰 준다. 가상의 라인 따라 공만 굴려주면 된다. 그렇다면 파 아니면 버디다. 이 과정에서 특기할 점은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골퍼는 이미 코스 공략과 승리를 위한 정답을 알고 있다는거다. 그래도 부족해 스스로 또는 캐디에게서 정답을 확인한다. 그린에서의 퍼트도 정답은 확실하게 나와 있는 상황이다. 평소 연습 때 드라이버 200야드 날리는 골퍼라면 남서을CC 1번 홀에서 파를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이 홀에서 싱글핸디캐퍼(핸디캡 9 이하) 수준의 주말골퍼들의 평균 스코어는 4.7 이상이다. 세 번에 두 번은 보기를 한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거의 전부는 드라이버에서 100%의 힘을 쏟아낸다. 보기플레이어가 드라이버에서 정통(sweet spot)으로 맞을 확률은 20%도 채 안 된다. 그러나 임팩트 순간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평소대로 스윙을 한다면 악성 슬라이스나 훅은 나지 않고, 잘못 맞더라도 최대 20% 정도 거리손해를 볼 뿐이다. 페어웨이만 지키면 최소 3온은 할 수가 있다.

보기플레이어들의 문제는 티샷이 정통으로 맞지 않았을 때 틀렸다고 단정하거나 자신을 원망하는 데에 있다. 세컨드 샷이 200야드 남았을 때 스푼이 최대 200야드 나간다면 스푼을 포기하고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거침없이 스푼을 잡는다. 또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쉽게 저지른다. 티샷이나 세컨드샷이 미스됐을 때 ‘트리플보기만은 하지 않겠다’며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프로가 더블보기를 했다면 우승의 절반은 날아간 상황이다. 하지만 보기플레이어들은 트리플 보기나 더블파나 그게 그거라고 여긴다. 열부터 받고 스윙도 커진다.

화이트 칼라들의 라운드 또는 비즈니스 골프는 배운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다. 인생의 위기를 극복했고, 조직의 쓴맛을 경험했으며, 프로젝트의 미션이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 바로 ‘내공’이다. 멘탈 스포츠의 극복은 누가 더 내공이 강한가에 있다. 당신이 남서울CC 1번 홀에서 열 받아 더블보기를 범하고 이후 냉온탕 등으로 그날의 라운드를 망쳤다면 귀가하면서 “역시 골프는 멘탈 스포츠야”라며 되새길 게 아니라 자신의 약한 내공을 반성할 일이다. 마인드컨트롤이 약하면 비즈니스 능력도 약할 것이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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