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모네 리파 디 메아나 라자다그룹 공동설립자

동남아는 ‘기회의 땅’이다. 연간 3000달러 이상의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인구가 1억명이 훌쩍 넘어서다. 스마트폰 유저는 5억명에 달한다. 문제는 복잡한 동남아 시장의 관문을 어떻게 넘느냐다. 동남아 1위 e커머스기업 ‘라자다’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이 회사 공동설립자 아이모네 리파 디 메아나(Aimone Ripa di Meana) CEO를 만났다.

 5월 21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아이모네 리파 디 메아나 대표.[사진=카페24 제공]

동남아시아 e커머스 1위 기업 라자다그룹(라자다)이 5월 21일 한국을 찾았다. 동남아 시장에 한국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카페 24와 함께 한국 판매자들을 상대로 수출 사업설명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동남아 시장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배송이나 결제시스템도 한참 뒤처진다. 소득 수준도 낮다. 그런데 라자다의 성적표를 보면 말이 달라진다.

2012년 독일 투자회사 ‘로켓인터넷’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ㆍ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싱가포르 6개국에 진출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글로벌 각국의 상품을 판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JP모건과 베를린베스트ㆍ서밋파트너스테스코ㆍ테마섹홀딩스 등으로부터 5억2000만 유로(약 635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동남아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실제로 동남아 시장에는 연간 3000달러 이상의 가처분소득을 가진 1억4500만명의 인구와 5억명이 넘는 스마트폰 유저가 있다. 한국 업체가 동남아 시장을 기회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라자다그룹의 공동설립자 ‘아이모네 리파 디 메아나’ 크로스보더-라자다 홍콩 CE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 판매자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다. 이는 동남아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상품과 문화가 지속적으로 노출될 거라는 걸 의미한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은 ‘기회’다. 우리만 봐도 알 수 있다. 라자다는 2013년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회계연도) 총 거래액 총 3억8380만 달러(약 4270억원)를 달성했다. 올해 거래액은 10억 달러(1조 985억원ㆍ3월 거래액 기준)로 예상된다. 사이트 한달 방문객수는 5500만명, 하루 400만명이다.”
 

 

✚ 중국 판매자들도 라자다에 입점했다. 글로벌 셀러 비중을 늘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동남아 시장에도 ‘크로스보더(국가 간 거래)’ 상품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다. 젊은층의 소득이 늘면서 쇼핑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상품과 유통서비스는 부족하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는 상품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 한국 판매자들이 라자다를 통해 동남아시장에 진출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뭔가.
“우리는 동남아 시장 6개 국가에 ‘원스톱 쇼핑’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약 5억5000만명의 고객이 있는 동남아 시장에 ‘하나의 유통 관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걸 말한다. 라자다는 동남아 e커머스 선두 기업으로 한국 기업, 판매자들의 사업 확장을 도울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6개국 한번에 진출하는 유통관문

✚ 한국 판매자들이 타깃으로 할 만한 아이템을 추천해 준다면.
“현재로선 헬스&뷰티, 가전제품, 전자와 패션 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특히 높다.”

라자다가 이렇듯 빠른 성장을 거둔 결정적인 이유가 뭐라고 보나.
“2013년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1만5000명의 판매자를 모았다. 이들을 통한 거래량은 라자다 총 거래량의 75%를 차지한다. [※참고: 라자다는 직접 매입 제품도 판매한다.]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도 전 세계 판매자와 브랜드를 유치하는 홍콩 전담팀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라자다의 성장과 사업 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싱가포르 투자회사 테마섹으로부터 2억 유로(약 252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 동남아 시장에서 e커머스 운영은 쉽지 않다. 특히 배송이 문제 아닌가.
“맞다. 배송은 우리에게도 가장 큰 도전과제다. 동남아 시장은 배송 인프라가 부족하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빠르고 믿을 수 있는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8개 물류창고와 동남아시아 80개 도시를 커버할 수 있는 50개 물류 허브를 두고 있다. 또, 60개 이상의 운송업체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동남아시아 지역 100% 가까이 커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의 외진 섬 지역으로도 배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 ‘결제 장벽’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신용카드 사용률은 낮다.
“신용카드 외에도 페이팔과 대인결제 같은 다양한 지불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지불 시스템인 ‘헬로우 페이(hellopay)’를 개발했다. 현재 싱가포르와 필리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사용 가능하게 될 거다.”

✚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거대 기업이 향후 라자다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알리바바나 아마존은 동남아시장에 직접 진출한 게 아닌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장에만 의존해 사업을 한다. 하지만 현지 물류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건 쉽지 않다. 동남아 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현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는 경쟁에 대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각각의 동남아 시장에 현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배송, 결제뿐만 아니라 현지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아이모네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라자다그룹 제공]

✚ 인력 얘기가 나왔으니 묻고 싶다. 현지 인재 채용이 ‘관건’ 아닌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면서 3년 만에 동남아 시장에서 e커머스 선도기업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이내믹한 e커머스 산업에서 우리의 성장 스토리를 접한 인재들이 많이 유입됐다. 글로벌 마인드와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라자다의 기업 문화도 인재 유입 요소다. 현재 약 4000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중 85%가 현지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아마존, 경쟁상대 아니다

✚ 동남아시아 각 국가에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나.
“국가마다 소비자 행동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각 시장의 고객에 맞게 마케팅을 한다. 현지 고객과 관련 있는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고 홍보한다. 각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현지 언어로 된 TV광고 캠페인도 진행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모바일 쇼핑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 프로파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자체 모바일 홍보 캠페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어떻게 보나. 최근에는 국내 e커머스 기업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한국은 발달된 기반시설ㆍ고급인력ㆍ빠른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 기업의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반면 진입장벽이 낮아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진입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앞으로도 시장이 과열화될 수밖에 없고 성장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의 플랫폼을 통해 판매를 하는 기업, 판매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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