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의 ‘에너지 히어로’

▲ 전세계 인구 7명 중 1명은 여전히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계 13억명이 넘는 인구는 여전히 에너지 빈곤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는 매년 50조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빈부 격차와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가 ‘세상 사람들이 몰랐던 경제트렌드’라는 이색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청정에너지의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청정에너지인 태양광ㆍ풍력발전 등은 일부 국가에선 석탄발전에 비해 높은 경제성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에너지원이 됐다. 미국 테슬라(Tesla)가 개발한 전기자동차와 가정용 배터리는 애플의 ‘아이폰’보다 가파른 판매율을 기록하며 소비자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스타트그리드’로 대표되는 지능형 전력 시스템은 우리를 단순히 에너지를 구입해 사용하는 ‘소극적인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생산자’로 변화시키고 있다. 높은 수준의 ‘에너지 주권’을 제공해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에너지 생산과 효율 혁명은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의 석탄과 석유의 소비량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소한 국가도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석탄사용량을 약 7.4% 줄였다. 그 결과, 악명 높았던 중국의 대기오염도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베이징北京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중증오염 발생빈도는 지난해보다 각각 19%, 42% 감소했다.

에너지에도 존재하는 ‘빈부격차’

하지만 이런 혁명에도 여전히 전세계 13억명이 넘은 인구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농도와 기온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후진국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해 균형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기후변화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이는 현대 인류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에너지 빈곤 문제의 해결은 글로벌 경제발전에 있어 꼭 필요한 조건이다. 에너지 빈곤이 해결되는 만큼 시장에 진입하는 중산층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지금처럼 단순히 에너지 빈곤국에 원조를 하거나 선진 기술을 파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매년 50조원 넘는 돈이 에너지 원조 혹은 복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 감소나 기후변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전세계 빈부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73억명의 인구 중 부유한 10억명은 가난한 20억명에 비해 6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 차이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부유한 10억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현재 삶의 질을 유지하고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결국,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비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에너지 빈부 격차와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에너지 원조를 넘어, 선진국의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민간 비즈니스와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에너지 낭비와 빈곤국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에너지 빈곤과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서다. 물론 아직 에너지 빈곤과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전세계 각 정부와 UN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노력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과 자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의 변화다. 자신에게 맞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에너지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 원조만큼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태환 루트에너지대표 th.yoon @root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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