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실종사건의 원인

▲ 글로벌 시장에선 샤오미 열풍이 뜨겁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선 샤오미 제품을 만나기 어렵다. [사진=뉴시스]
‘샤오미 열풍’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샤오미가 최근 론칭한 신형 스마트폰 ‘홍미노트2’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시장에선 샤오미 스마트 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이상한 유통구조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샤오미 실종 사건’, 그 이유를 분석해 봤다.

샤오미 신형 스마트폰 ‘홍미노트2’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샤오미 최고경영자(CEO) 레이쥔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8월 24일 오전부터 진행된 홍미노트2 2차 판매를 예고했다. 홍미노트2는 출시 이후 반나절 만에 초도물량 80만대가 팔리면서 중국 스마트폰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홍미노트2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에선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샤오미는 이제 사명社名처럼 ‘좁쌀’ 같은 존재가 아니다. 국내외 시장에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고속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매섭게 치고 올라갔다.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LG전자를 따돌리고 4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선 16%의 점유율을 기록, 애플을 밀어내고 ‘왕좌’에 올랐다. 대화면 신제품 가격이 15만~18만원대일 정도로 가격은 저렴한데, 성능은 고품질이라는 점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월등한 샤오미 제품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 글로벌 시장에선 샤오미 열풍이 뜨겁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 샤오미 제품을 만나기 어렵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작 국내시장에선 샤오미의 제품을 찾기 어렵다. 샤오미 스마트폰을 공식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다. 이른바 ‘샤오미 실종 사건’이라고 부를 만하다. 샤오미의 국내시장 진출설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떠들썩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샤오미가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한 건물에 매장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을 한다”는 소문이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엔 국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샤오미와 공식 파트너 계약 체결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마켓 측은 “내부에서도 처음 들은 이야기”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샤오미측과 조만간 미팅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시장에 샤오미가 둥지를 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샤오미의 전략과 연관이 있다.

샤오미는 중국은 물론 인도·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오프라인 매장을 내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해외 현지 유통 파트너를 통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샤오미-G마켓 계약설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다.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환경도 샤오미의 진출을 막는 장벽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산폰을 애용하는 소비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통구조의 문제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산폰들이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불리한 유통구조 탓에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동통신업체의 대리점에서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식 스마트폰 구매문화도 장벽이다. 국내시장엔 아직 ‘휴대전화 자급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소비자가 다양한 스마트폰을 요금제와 관계없이 따로 구매할 수 없다는 거다.

 
외산폰 업체로선 국내 이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이통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외산폰을 대놓고 도입했다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서다.  사례도 있다. 2009년 KT는 애플 아이폰을 국내시장에 론칭하면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아이폰 열풍’에 직격타를 맞은 삼성전자는 KT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새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KT를 배제하거나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불합리한 판매전략을 편 것이다. 두 회사의 관계가 회복된 건 2011년 3월 SK텔레콤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다.  이통사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외산폰의 점유율은 15.7%에 달한다. 언뜻 비율이 높은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면 점유율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 글로벌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샤오미를 정작 국내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최근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면서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산 스마트폰이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외산폰이 국내시장에 수월하게 들어오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이통사가 샤오미를 선뜻 받아들였다간 ‘2009년 KT-삼성전자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자가 샤오미를 찾기 힘든 건 샤오미의 ‘온라인 중심 전략’ 때문만은 아니다. 외산폰이 론칭하기 어려운 국내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결합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는 스마트 건강팔찌 ‘미밴드’를 비롯해 보조배터리, 가전제품 등을 통해 국내시장에 진출한 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며 “시장이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그다음 스텝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면돌파가 아닌 측면돌파로 국내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니즈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샤오미 실종 사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