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블랙 호크 다운 ❻

▲ 미국이 모가디슈 전투에서 패배한 이유는 ‘전원 구조’라는 미군의 전투 원칙 때문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미국사람들의 ‘애국심’은 조금은 유별나고 극성스럽다. 워낙 방대한 영토에 걸쳐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국가여서인지 혹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국가인 만큼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강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처럼 ‘애국’을 유별나게 강조하는 나라도 드물다.

다소 모순된 현상이지만 아마도 지구상에서 ‘국기’와 ‘지도자의 초상’이 가장 범람하는 2개의 국가를 꼽는다면 단연 북한과 미국일 것이다. 북한의 웬만한 관공서나 학교 사무실에 으레 김일성과 김정일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도 한없이 인자한 대통령 사진이 높이 걸려 있다. 국경일에도 태극기 게양이 저조하다고 한탄하는 우리네와는 다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곳을 가더라도 성조기가 범람한다.

오래 전 뉴욕의 한 영화관에서 ‘록키(Rocky) Ⅳ’를 관람한 적이 있다. 그들의 영웅 록키가 마징가Z 같은 옛 소련의 무지막지한 복서를 때려눕히는 내용이다. 록키는 아예 성조기 팬티를 입고 등장한다. 영화관 분위기는 실로 놀라웠다. 죽도록 얻어맞던 록키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소련 복서를 죽어라고 두들겨 패기 시작하자 영화관을 메운 미국 아이들은 환호했다. 소련 복서가 링에 쓰러지자 모두들 의자에 뛰어올라 팝콘을 봉지째로 집어던지고,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별난 ‘애국심’을 보노라면 한편으로는 다소 불안하거나 두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그 애국심의 기원이 궁금해진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그 유별난 ‘미국 애국심의 기원’을 유추할 수 있는 일단을 보여준다. 모가디슈 전투에서 세계 최강 미군 중에서도 최정예인 델타부대와 레인저 특수부대원 160명이 투입돼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들이 이처럼 참담하게 패배한 원인은 자명하다. 영화의 원작인 마크 보우든의 소설 제목은 「블랙 호크 다운 ;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하라(Black Hawk Down : Leave No Man Behind)」이다. 그 제목에 바로 ‘모가디슈 전투’의 실패 원인과 함께 애국심의 기원이 담겨 있다.

‘마지막 병사까지 모두 구조한다’는 단순한 원칙은 미군의 오래된 전통이자 전투의 원칙이다. 미군의 실종자 수색과 구조, 전사자에 대한 ‘유해 회수’ 노력은 집요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50년이 지난 한국전쟁 당시의 북한 내 미군포로와 유해송환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 내에 억류됐던 국군포로들과 납북어부들이 우리 정부가 신경 끄고 있는 사이 스스로 압록강을 넘어 남한으로 돌아오는 현실과 대비된다.

국가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해 준다는 ‘믿음’이 그 애국심의 원천이라면, 미국인들의 유별난 애국심을 이해할 수 있다.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시시한 농담이나 주고받다가도 일단 전투에 돌입하면 무식할 정도로 발휘되는 미군의 용맹함도 수긍이 간다. 그걸 ‘야만성’이라고 표현해도 마찬가지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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