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제조업 경기

▲ 제조업의 출하량이 재고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든 산업의 7월 생산량이 증가세를 타고 있다. 출하량 역시 전월보다 조금 늘었다. 하지만 제조업에 봄제비가 왔다고 말하기엔 섣부른 측면이 있다. 생산량과 출하량은 조금 증가한 반면 재고량, 재고율은 눈에 띄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뛰는 생산·출하 위에 나는 재고가 있다는 거다.

7월 모든 산업의 생산이 6월 대비 0.5% 증가했다(KB투자증권 보고서). 2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주력 업종이 몰려 있는 광공업 생산은 같은 기간 0.5% 감소했다. 출하는 전월보다 0.4%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했다. 반면 재고의 상황은 다르다. 전월보다 0.6%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년과 비교해도 4.9% 늘어났다. 요약하면 생산과 출하보다 재고 증가폭이 훨씬 더 컸던 셈이다.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업의 7월 가동률은 92.8%로 6월 93.4%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와 2분기에 기록한 92.4%, 92.1%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94%)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100%를 넘는 업종이 음료 제조업, 목재·나무제품 제조업, 석유정제품, 금속가공제품,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가구 제조업 등이다. 반면 가동률이 90%를 밑도는 업종은 의복, 전자부품, 의료기기, 기계장비,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등이다.

 
하지만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129.2%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했던 2008년 12월의 129.5%에 근접한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재고율이 낮은 업종은 음료, 담배 제조업, 금속 가공제품, 비금속광물, 석유정제품 제조업 등 내수 관련 업종이나 원재료 수입 판매 업종이었다. 반면 재고율이 높은 업종은 전자부품, 자동차·트레일러, 1차 금속, 기계장비, 가구 제조업 등 수출 관련 업종이나 원재료를 투입해 제품으로 완성하는 가공 단계 업종이었다.

제조업의 선행지표인 재고순환지표도 전월보다 1.2%포인트 개선됐지만, 6월 기저효과(7.9% 하락)가 한몫한 것이다. 연초 이후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니, 사이클상으로는 여전히 하락세다. 특히 전자부품·기계장비·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종의 재고순환 사이클은 계속 하락세다. 전반적으로 재고 누적으로 인해 출하 감소, 가동률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국내 제조업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셈이다. 제조업의 경기 회복 시점이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 사이클에서 하강 압력이 더 커져 재고순환시계로 보면 전반적인 둔화국면”이라며 “때문에 제조업의 생산활동, 재고율, 재고순환시계 등의 최근 추이를 감안하면 3분기 국내 생산활동, 국내총생산(GDP) 성장 역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다른 서비스업과 건설업, 공공업 등에서 얼마나 반등을 보일 것인가가 관건인데, 사실 제조업 내수출하 추이만 봐도 다른 산업에서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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