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블랙 호크 다운 ❼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하라’는 원칙에 대한 미군의 집착은 가히 필사적이다. 특수부대원 160명이 아이디드의 최측근 참모 2명을 체포하는 데 실패하고 돌아오자마자 작전지역으로 재투입된 목적은 아이디드의 최측근 2명의 체포가 아니었다.

▲ 전원구출이라는 대원칙은 미군의 힘인 동시에 함정이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분노와 흥분이 극에 달한 소말리아 민병대가 우글대는 적진에 목숨을 건 재진입을 해야 했던 유일한 이유는 추락한 블랙호크기의 승무원의 구조다. 승무원들이 전원 사망했다면 그 시신들이 소말리아의 야만인에게 모욕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부대원들은 적진에 가야 했다. ‘레이저 수술’처럼 깔끔하게 계획됐던 1시간에 걸친 ‘Fucking Irene’ 작전이 15시간에 걸친 ‘피떡칠’의 난장판으로 돌변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델타와 레인저 부대원 160명은 소말리아 민병대 1만여명을 상대로 가공한 전투력을 선보인다. 전사자 수도 18대 1000이니 일당백이라 할 만하다. 미군의 무기체계가 민병대들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은 아니다. 민병대원들이 최신식 무기에 얼마나 숙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도 델타, 레인저가 보유한 무기는 웬만큼 갖고 있었다. 델타와 레인저 병사들은 최정예 부대답게 사격도 정교하고, 전투도 조직적이다. 아수라장의 시가전 속에서도 미군은 수신호만으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민병대들은 인디언처럼 공연히 흥분하고 떼로 몰려다니다가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당백을 발휘한 미군의 전투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영화가 보여주려 하는 핵심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미군의 조직력, 그리고 그 조직력은 조직에 대한 ‘절대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툼블리와 그라임즈 일병은 본대에서 떨어져 모가디슈 시장 한가운데 고립된다. 골조만 남은 파괴된 자동차 뒤에서 툼블리 일병은 “정말 구조대가 오긴 올까?”하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라임즈에게 묻는다. 그라임즈 일병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구조대가 오리라고 ‘예언’한다. 툼블리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감돈다. 그 확신 속에 그들은 고요함을 깨고 몰려드는 소말리아 민병대를 향해 침착하게 조준사격을 한다. 조직이 자신들을 구조하리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없다면 아마 그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딴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전원 구출’이라는 대원칙은 미군의 힘인 동시에 함정이었던 셈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지문제’도 어쩌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소외된 이들도 분명히 대한민국의 구성원인 이상 그들을 전원 구출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구성원이 대한민국을 신뢰하고 따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을 전원구출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델타부대원들처럼 동료 한명을 구하기 위해 부대 전체의 희생을 감수하고 작전을 떠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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