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적정주가라는 건 증권사가 주식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만든 전략일 뿐이다.[사진=뉴시스]
수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기업에 가치를 매기고 적정주가를 예측한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산 주식이 그 적정주가에 다다르길 기다리지만 웬만해선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왜일까. 적정 주가 자체가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주식가격을 제3자가 예측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가장 예측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다. 단기적으로 사장이 자신의 회사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을 미리 잡을 수도 있고, 비용 발생 시점을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장조차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다.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사장이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 사장도 알 수 없는 그 일을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당당기순이익과 가중평균자본비용, 배당 등을 이용해 기업가치(PV)를 분석한다. 추정식을 보면 꽤 복잡하다. 하지만 PV를 구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한가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데, 향후 2~3년 후에도 현재 시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해 기업의 PV를 구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해당기업이 현 시점부터 얼마 동안 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예측한 결과에 따라 PV가 달라진다. 증권사는 그걸 토대로 적정 주가를 구하고, 이를 시장에 발표한다. 중요한 건 누가 과연 기업의 미래 이익을 예측할 수 있느냐는 거다. 가중평균자본비용과 배당은 시장지표(차입비용이나 배당관련 지표 등)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 이익은 다르다.

그렇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왜 이 불가능한 일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 걸까. 이유는 그 일이 해당 증권사의 수익원이라서다. ‘적정 주가’라는 게 있어야 현재 주가를 과소평가니 과대평가니 하면서 비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당 주식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권유로 주식이 많이 거래되면 거래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증권사의 수익도 늘어난다. 증권사가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적정 주가’를 만들어내고,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제아무리 주식에 투자해도 개미들이 돈을 벌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주식투자를 직접 하지 않는 거다. 주식형 펀드 같은 간접투자도 마찬가지다[※ 참고: 간접투자의 문제점은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적정 주가의 비밀을 알고 난 후의 전략은 그리 많지 않다. 저축을 하고 남는 돈이 있고, 그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총 수수료가 1% 내외인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게 능사다. 여기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자신의 본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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