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다이어트의 어원인 그리스어 ‘디아이타’는 건강하게 균형 잡힌 영양 또는 그런 것을 지향하는 삶을 의미한다. 식이 등 건강한 삶을 강조할 뿐 벅찬 운동으로 살을 빼라는 의미는 담지 않고 있다. 제법 날쌔게 걸어 콧잔등에 땀이 맺힐 정도 또는 옆 사람과 대화가 겨우 가능할 정도로 힘차게 걷는 1시간 정도의 속보가 체지방을 덜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다.

▲ 트레드밀에서 걷거나 뛰는 건 효과가 별로 없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욕심을 내어 달리는 건 어떨까. 걷는 것보다 열량이 더 많이 소모되는 건 맞다. 하지만 강도가 높은 운동, 다시 말해 무거운 것을 들거나 갑자기 달려나가는 상황을 우리의 몸은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 상황에서 대사가 느린 지방을 우리의 몸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사용 못한다.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속효성 에너지인 탄수화물을 동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 빼는 운동의 대명사처럼 된 걷기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걷기는 인류가 직립한 이래 변함없이 이동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혁신 대체 수단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던 걷기는 운동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었다.

우리의 간편한 이동 수단이 운동으로 분류되면서 걷는 행위는 줄어들었고, 그 즈음부터 무거운 인간이 등장했다. 크기는 커지고 형태는 둥근 신인류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자 인간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현대인이 걸을 만한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은 한정된 공간에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이 기계는 억지로라도 걸어야 하는 많은 사람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 몸에 붙은 지방을 털어내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그 기계 위에서 가짜걸음을 재촉한다. 양발을 젓가락처럼 교차해 가며 대지를 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을 그 위에서 흉내 낼 뿐이다. 기특하게도 이 기계는 보행거리를 알려준다.

하지만 몇백 미터를 걷든, 다부지게 마음먹고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든 항상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대지는 우리가 서거나 앉아서 하늘을 볼 기회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 기계는 작동을 멈추기 전까지 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로 만든 가짜 땅이 우리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 땅에 밀리지 않기 위해 억지로 걸음을 재촉한다.

걷는다고 다 같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육상 선수들이 이 기계를 이용하지 않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지를 박차고 능동적으로 달리거나 걸을 때와 가짜 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틸 때에 사용되는 근육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에서 걷는 시간에 밖으로 나갈 순 없을까. 돈이 들지 않는 진짜 걷기를 하러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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