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 방신시장 상인회 회장
여기 공항시장의 몰락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이 있다. 공항시장과 직선거리로 1㎞ 거리에 있는 방신시장의 조상현 상인회장이다. 그는 30여년 전부터 방신시장에서 청과점을 운영해왔다. 조 회장은 공항시장을 이렇게 회상했다. “10년 전만 해도 공항시장을 시장이라고 치면, 방신시장은 골목가게에 불과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규모만 따지면 비교조차 할 수 없었죠. 당시에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불이 환히 켜진 공항시장을 보면서 내심 부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공항시장 상권이 말 그대로 ‘한순간’에 몰락했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큰 시장이 맥없이 무너지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이 여파가 우리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해 전전긍긍하기도 했어요.” 조 회장을 비롯한 방신시장 상인들은 공항시장 부근에 이마트가 들어선 직후인 2003년부터 총 1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장 현대화 작업을 추진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10년 1월, 방신시장은 묵은 때를 벗고 새롭게 태어났다. 개인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했으며, 고르지 못한 시장바닥도 포장했다. 시장 전체를 덮은 돔형 지붕은 언제든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깔끔해진 외관 덕분인지 방신시장은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에는 김장철이라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다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더라”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공항시장을 봤을 땐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이라도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방신시장의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그 옛날의 공항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수준입니다. 상인 모두가 공항시장의 몰락을 직접 목격한 탓에 방신시장도 맥없이 무너질까봐 두려워하고 있죠.” 이런 사례는 방신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유통채널과 경쟁을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도 정을 나누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보면 이 시장을 꼭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우리가 공항시장의 몰락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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