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바구니에 들어가는 위안화

▲ 한ㆍ중 FTA와 위완화 SDR 편입이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1997년 말 우리 외화곳간이 바닥났을 때 195억 달러를 빌려준 곳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이 구제금융으로 한국은 부도 위기를 면했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세계의 금고 역할을 하는 IMF가 회원국들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빌려갈 수 있도록 돈을 담아두는데 이것이 바로 기반통화 ‘바스켓(basketㆍ바구니)’이다.

물론 이 바구니에는 아무 돈이나 담아 놓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통용될 수 있는 화폐여야 한다. 하여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나 현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 거래량, 채권시장 발달 정도 등을 따져 결정한다.

1970년 처음 바구니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미국 달러화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 유럽연합(EU)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를 받아들였다가 지난 11월 30일 중국 위안화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특별(special)하게 꺼내(draw) 갈 수 있는 권리(right)’인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서로 위안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에 이어 5번째다.

그런데 비중으로는 달러, 유로에 이어 3위 엔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판이니 세계 정치경제사에 기록될 사건이다. 미국ㆍ중국의 G2로 재편되는 냉엄한 국제질서의 반영이라지만 자리를 빼앗기는 일본 입장에선 씁쓸하리라.

물론 위안화가 금방 달러화와 어깨를 겨루기는 어렵다. 그래도 달리는 버스를 타기가 힘들지, 버스에 오르면 자리도 잡게 된다. 중국은 개발은행 부문에서 AII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라는 딴살림을 차리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IMF로선 덩치가 커진 중국을 계속 제도 밖에 놔둘 수 없어서, 미국으로선 IMF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금융ㆍ외환시장을 더 개방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 바구니 한 자리를 내주는 것을 묵인했으리라.

중국은 우리나라 제1의 교역 상대국이다. 기업들로선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무역결제의 90% 이상을 달러로 하는 판에 위안화 비중이 늘어나면 달러 편중에서 벗어나 환율변동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리는 현상은 완화되겠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중국 의존도가 심화돼 중국이 콧물을 흘리면 한국이 독감에 걸리는 상황을 빚을 수도 있다.

IMF가 2021년 또 한 번 통화 바스켓을 결정하는데 한국 돈 원화가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대접해주니 고맙지만 과연 우리가 그럴 만한 역량이 있나. 교역규모나 외환보유액, 통화의 사용 편의성 등에선 자격이 있어 보이지만 솔직히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역과 자본 거래에서 원화 결제 비중을 높이자는 ‘원화의 국제화’를 외친지 30년이 돼가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어서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는 내년 10월까진 열달 남았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발효와 위안화 SDR 편입이란 중국 관련 두가지 변화에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적대다간 우리 경제는 재도약은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더 개방되고 발전하면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중국 경제가 부진해 환율조작 유혹에 넘어가거나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 우리 경제도 크게 휘둘릴 것이다. 그동안 누려온 것처럼 중국 등에 올라타 달리기는커녕 오히려 낙상해 크게 다칠 수 있다. 정기국회 폐회와 함께 정치권으로 돌아갈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임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가 눈앞에 어른거려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을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인보다 세계경제 흐름을 읽고 국가경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기용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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