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경제 전망

▲ 우리나라 실물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둔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지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가계와 기업의 체감경기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실물경제지표의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한국경제는 어떨까.

11월 말과 12월 초 발표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지표는 여전히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K-세일데이’로 불린 정부 주도의 캠페인으로 소비지표가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전반적인 산업의 활기는 아직 감돌지 않는다. 가계와 기업의 체감경기도 계속해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부문도 마찬가지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경제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기순환지표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경기순환지표로는 경기 선행지수, 경기 동행지수, 경기 후행지수 그리고 이들의 등락률과 순환지표가 있다. 이런 여러 경제지표를 조합한 것이 종합지표(Composite Index)다. 경기변동의 국면과 전환점, 진폭, 속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경기지표의 일종이다.

산출 방법은 이렇다. 국민경제의 각 부문을 대표하고 경기대응성이 양호한 경제지표를 선정한 후 이를 가공ㆍ종합해 작성한다. 특히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행지수 변동요인 중 추세적 요인을 제거하고 만든 경제지표다. 통계청이 우리나라의 경기순환국면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분기에 들어서며 상승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99.5를 저점으로 횡보하던 지수가 지난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뚜렷한 반등세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이후 완만하게 진행돼 온 경기 하락 국면이 반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 노력이다. 물론 인위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구조적인 변화 없이 내년의 소비 수요를 당겨쓰는 의미밖에 없다는 따가운 지적도 잇따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경기순환지표를 돌리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반등 조짐 보이는 경제지표

또 다른 요인은 주요 경제지표의 하락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표의 절대값은 여전히 하락세다. 하지만 그 기울기가 조금씩 변화하면서 증가율이나 모멘텀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실물 지표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기는 악화되고 있지만 경기순환지표의 반전 에너지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반전’의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긴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도 정부 정책의 영향이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이와 더불어 경제지표의 기술적 등락만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 내년 국내 경기의 방향성은 중국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변수는 중국 경제지표다. 중국 경제의 의존도가 큰 만큼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기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결국 올 4분기 국내 경기가 정부의 노력으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 내년 상반기는 중국 경기의 반등 움직임이 경기 회복세를 이끌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는 기대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의 경기종합지수는 경기가 단기적인 바닥권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동행지수는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는 뚜렷하게 둔화됐다.

특히 우리나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 중국 ‘비즈니스 사이클 시그널(Business Cycle Signal)’이 하락을 멈추고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올 2분기 이후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이나 경기부양 조치가 시차를 두고 경제지표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데 2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중국의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 상반기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중국 경제지표의 변화를 조금 더 민감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최근 경기 사이클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에 갇혀 이전과 같은 뚜렷한 경기 사이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中 경제지표의 움직임 살펴야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경기 사이클이 사라졌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가 확장국면에 들어서도 체감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눈에 띄는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가 순환적인 확장국면에 돌입해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경기와 관련한 논란 역시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경기 둔화 국면보다는 완만한 확장 국민이 유리한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실물 부문에 비해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있는 환경에서는 경기 모멘텀보다 금융시장 가격지표의 반응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ytjeong0815@ibks.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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