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기본요금 폐지 못하는 이유

우체국 알뜰폰의 ‘ZERO 요금제’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통신비를 대폭 절감했기 때문이다. 원동력은 간단하다. ‘기본요금’ 폐지다. 당연히 ‘기본요금’을 고수하는 이통3사에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도 폐지했는데, 대기업 이통 3사는 무엇 때문에 망설이냐는 것이다.

▲ 통신사의 기본요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요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50분의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이제 이런 문구에 홀딱 넘어가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지 않는다. 결국 이런 저런 명목의 요금이 추가로 붙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는 요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50분의 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출시한 ‘우체국 ZERO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말이다.

이 요금제는 ‘우체국 대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1월 4일부터 8일까지 1만4988명을 끌어모았고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 수는 3만9595명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8000여명이 가입한 셈이다. 우체국 알뜰폰이 파격적인 요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본요금 1만1000원’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기본요금이 있던 기존 우체국 알뜰폰은 하루 평균 가입자가 550명에 불과했다.

‘우체국 대란’이 일자 통신업계는 된서리를 맞았다. 시민단체가 나서 “우체국처럼 기본요금을 폐지하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도 기본요금을 폐지했는데, 우리나라 통신시장을 잠식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는 왜 없애지 못하냐고 주장한 것이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대부분이 내고 있는 기본요금은 사업 초기 자본 소요가 큰 이동통신망網 투자를 위한 이동통신사의 설치비를 보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어디에도 휴대전화 전파가 터지지 않는 곳은 찾기 어렵다. 망 구축이 대부분 완료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 3사가 기본요금을 받아야 할 명분이 없다.”

사실 기본요금 폐지 논란은 통신업계의 해묵은 난제다. 그럼에도 찬성ㆍ반대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해결되지 못했다. 지난 4월 우상호 의원(더민주당)이 발의한 기본요금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좋은 사례다. 이 법안은 현재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인한 자동 폐기’ 위험에 처해 있다.

이통사와 미래통신과학부가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반대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기본요금을 갑자기 폐지하면 이통 3사의 수익이 갑자기 적자로 전환돼 ICT 생태계가 무너진다. 구체적으로 이통 3사 전체 가입자 수는 약 5800만명. 이를 토대로 이통 3사의 기본요금 수익을 계산하면 연 7조6560억원(이통 3사 가입자수×1만1000원×12개월)이다. 2014년 이통 3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2조1095억원. 기본요금을 폐지하면 당장 이통 3사의 손해는 5조5465억원이 된다. 둘째, 통신요금제가 다양해지면서 기본요금의 성격 자체가 모호해졌다.”

기본요금 폐지냐 유지냐

전문가들은 이 논리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이통 3사 수익이 적자전환한다’는 첫째 논리를 꼬집었다. “무슨 이유로 매출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계산을 하는가. 기본요금을 내야 할 명분이 없어진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을 먼저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실제로 2014년 이통 3사의 매출은 51조5853억원. 그중 기본요금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이다. 박지호 간사는 “기본요금이라는 고정수익이 줄어들면 마케팅 비용, 통신원가 절감 등 다른 전략으로 풀어나가는 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이통 3사의 수익이 늘어난 것도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통신요금이 다양해져서 기본요금이 모호해졌다’는 둘째 논리도 구멍이 많아 보인다. 이통 3사는 현재 ‘기본요금’이 사실상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기본요금이 과거 피처폰의 ‘표준요금제’에서 사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통 3사의 의견이다.

표준요금제는 기본요금 1만1000원(기본 제공하는 음성과 데이터 없음)과 사용한 만큼 요금이 부과되는 종량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이용자는 대부분 ‘통합요금제’를 쓴다. 통합요금제는 음성과 데이터를 요금제에 따라 기본 제공하는 등 기본요금과 음성, 데이터 요금이 결합한 월정액 형태다. 각종 요금을 통합해 산정하기 때문에 기본요금 1만1000원만을 빼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통신원가를 고려해 통합요금제를 만들었는데, 기본요금을 빼면 어쩌냐는 거다.

문제는 통신요금의 원가 구조가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통 3사가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원가를 고려했기 때문에’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심현덕 간사는 “국민이 내는 통신요금의 근거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적정한 수준이기 때문에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기본요금 폐지 반대는 이윤을 보전하려는 기업의 논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우체국 알뜰폰도 해낸 기본요금 폐지, 과연 요원한 일일까. 답은 이통 3사가 잘 알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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