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낫도 없는데 잡초를 어찌 쳐내랴
[심층분석] 낫도 없는데 잡초를 어찌 쳐내랴
  • 김정덕 기자
  • 호수 176
  • 승인 2016.01.2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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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산업 구조조정 왜 어렵나

▲ 금융위원회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한계기업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과 조선업은 대상 1호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일몰됐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입법도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낫도 없는데 잡초를 어찌 쳐내느냐는 지적이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와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그의 저서 「위기 경제학」에서 했던 말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쟁력에 따라 기업의 흥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억지로 끌고 감으로써 ‘위기’가 고조된다는 걸 빗댄 거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딱 그렇다. 근거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재무비율 보고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48개 기업집단의 연결부채비율은 131.30%다. 연결부채비율 200% 초과 기업집단은 23개(300% 초과 13개 포함)로 전체 분석대상 기업집단의 47.9%에 달한다. 재무구조가 신통치 않은 기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집단도 16개, 이 가운데 10개 그룹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연결부채비율이 2007년 131.36%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147.45%까지 올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조조정대상 기업체 수는 2010년 2899개에서 2014년 3471개로 꾸준히 늘었다.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572개 가운데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2012년 15개에서 2015년 27개, 같은 기간 부실기업으로 평가 받은 기업도 21개에서 27개로 증가했다. 총 54개사가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우려  

중요한 건 건설업이나 조선업처럼 수주산업의 평가 결과가 특히 좋지 않다는 거다. 이번 금감원 자료에서 구조조정대상에 속한 54개 기업 중 대기업 건설사는 14개, 조선사는 4개였다. 전체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33.3%가 수주산업인 셈이다.

 
건설업과 조선업은 하청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 기업들로 대상을 넓힌다면 구조조정대상 기업에서 수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건설업과 조선업은 2013년부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수주산업 회계의 특성상 갑작스레 이익이 손실로 전환되는 ‘회계절벽’ 이슈까지 겹쳤다. 정부가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건설업과 조선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일단 건설업과 조선업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2014년 말 기준)다. 비중이 20%에 달하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제조업의 27.6%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이들만 해도 약 306만명이다.

조선업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업은 국내 수출 업종 가운데 4위(201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다. 수주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명확한 방향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의 방향키가 사라졌는데, 수주산업 구조조정이 잘 될 리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책은행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미국 금리인상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한계기업 구조조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수주산업 구조조정 이슈는 2016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진입장벽 낮은 주택건설 위주로 영세업체가 난립했던 건설업의 경우 자연 퇴출의 과정이 예상된다. 정부도 건설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여파가 클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은 자본과 노동이 집약된 산업이다. 더구나 기촉법과 원샷법은 입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장기화되거나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기에 앞서 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이끌 방향키도 없는 상황에서 건설업은 ‘일부 퇴출’, 조선업은 ‘유명무실’로 구조조정을 마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수주산업 구조조정에서 한 발 나아가 산업 구조조정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각 사업장에 일률적인 구조조정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다만 큰 틀은 잡아야 한다. 구조조정은 1~2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사실 원샷법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기촉법이다. 기촉법이 없으니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가고 있다. 자율협약이 채권단 만장일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 강력하다고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법에 따르지 않으니 불투명하고, 구조조정의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더구나 기촉법 개정안은 종전 워크아웃의 문제점들도 많이 개선했다. 한시법이긴 하지만 기간을 5년 정도로 길게 잡고 빨리 기촉법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기준이 잡히고 그 안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그 전제 하에 수주산업 구조조정의 해법을 얘기하는 게 순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예측 가능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함이다. 물론 시스템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대외 환경도 받쳐줘야 한다.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 아무리 구조조정을 해도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시스템보다 중요한 건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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