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마저 꽁꽁

“가성비가 나쁘다.” “유통채널이 복잡하다.” 이 뻔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제품의 고질병을 꼬집은 것이다. 유통채널이 복잡하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거다. 이 뻔한 이야기가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

▲ 소비자 심리·구매패턴 분석에 소홀했던 국내 의류업계가 장기 불황에 울상이다.[사진=뉴시스]

저성장 시대. 이젠 의류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었다. 내수소비심리 위축의 여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가계소득 대비 의류·신발 소비지출은 지난해 4.4%(전년 대비 기준) 줄었다. 2014년 증감률 -0.1%보다 3.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백화점의 부진한 실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15년 월 평균 백화점 의류(여성정장·캐주얼, 남성의류) 매출액 증가율은 -5.2%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떨어졌다. 2010년, 2011년 월 평균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7.5%, 3.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감소세다. 의류업계 부진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유지하던 아웃도어 시장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아동 스포츠 제품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부터 마이너스다.

국내 의류업체 성장률도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2015년 매출액은 1조3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2% 늘어났지만 영업이익(371억원)은 되레 82.6% 줄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 손실액 규모가 크다. 엘에프(LF·옛 LG패션)의 같은 기간 매출액도 1조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22.6% 떨어졌다.

국내 의류업계가 부진을 겪는 첫째 이유는 소비경향의 변화에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자 소비자는 옷을 구매할 때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 시작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실적 부진을 겪는 동안 인기몰이에 성공한 SPA(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유통하는 전문 소매점) 브랜드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자라(ZARA)·미쏘(mixxo) 등 국내 SPA 시장의 규모는 2014년에 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대비 약 3배 성장했다.

부진의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의류업체들의 높은 유통채널 의존도가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 수수료는 2015년 기준 평균 27.9%다. TV홈쇼핑은 33.5%나 된다. 이 수수료는 모두 의류비로 책정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내 의류업계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이현학 한국패션협회 팀장은 “직영 온라인 채널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중심 마인드에서 벗어나 ‘판매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소비자의 생활패턴·구매심리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나아가 옴니채널쇼핑(omni-channel shopping) 시스템을 구축해 산업구조 변화에 잘 대응해야 장기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의류업체 한섬은 이런 솔루션을 가장 잘 실현하는 기업 중 한곳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견고한 판매량을 이어가던 한섬은 지난해 10월 브랜드 통합 몰 ‘THE HANDSOME’을 론칭하고 올 2월엔 ‘한섬앱’도 출시했다. 한섬 관계자는 “시대변화에 맞는 구매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게 불황에서 살아남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의류업체도 이제 팔색조 변신을 꾀해야 한다. 트렌드뿐만 아니라 업계 생태계도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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