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잇는 분양 키워드

출퇴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전철역이 있는 ‘역세권 상품’은 부동산 시장의 만능열쇠였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 시장의 수요자들은 전철역만을 원하지 않는다. 명문학교, 녹지로 둘러싸인 공원, 햄버거 배달서비스가 닿는 오피스텔을 비롯한 다양한 입지의 상품을 요구하면서 ‘학세권’ ‘공세권’ ‘맥세권’ 등의 신조어를 만들게 됐다. 이제 교통 여건뿐만 아니라 외식ㆍ문화ㆍ레저 등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 학세권, 공세권, 숲세권 등이 분양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역세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불변의 성공 법칙으로 통한다. 역과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역을 이용하는 유동인구를 쉽게 흡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최근 분양시장에는 역세권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권’이 집값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바로 ‘학세권’ ‘공세권’ ‘숲세권’ ‘호세권’ ‘맥세권’ ‘스세권’ 등이다.

학세권(학교+역세권)은 좋은 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는 곳, 도보 통학 거리가 가까운 곳, 유명한 학원가가 조성된 주변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데다 교육열이 높은 30~40대 학부모들이 주요 타깃이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수요가 많고 거래도 활발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교육특화 단지로 꼽히는 경우 희소성까지 더해 환금성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학세권에 형성된 신규 분양단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청약을 접수한 ‘마포자이 3차’는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1순위 마감됐다. 숭문중ㆍ고와 일성여고, 서울여중, 동도중, 한서초교 등 초ㆍ중ㆍ고교가 단지 인근에 있어 교육여건이 우수한 점이 수요자의 눈길을 끌었다. 효성이 분양한 대구 ‘범어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평균 149.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경신고가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으며 동도초, 경북고, 오성고, 대륜고, 정화여고 등 명문학교와 범어동 유명 학원가가 인접한 것이 장점이다.

공원과 인접한 공세권 부동산도 흥행 보증수표다. 최근 웰빙ㆍ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친환경 공원의 유무를 따지는 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세권 부동산에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공세권 상권은 주 7일 상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공원에는 주말 가족단위 나들이객ㆍ데이트족 등 유동인구가 몰리게 마련이다. 공세권 수익형 부동산의 분양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광교신도시 호수공원과 인접한 입지로 평균 422 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계약이 조기에 완료됐다. 마곡지구에 공급된 섹션오피스인 안강프라이빗타워는 하루 만에 완판됐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이 위치한 역세권인 데다 여의도 공원 2배에 달하는 보타닉공원과 불과 2~3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호수 프리미엄이 뭐길래…

인근에 녹지공간이 풍부한 숲세권도 분양 시장의 떠오르는 이슈다. 주거요건 중 녹지공간을 중요하게 보는 인식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지공간이 풍부한 숲세권 단지는 미래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려볼 만하다. 숲세권 아파트는 쾌적한 자연환경은 물론 훌륭한 조망권까지 갖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에게도 인기가 많다. 실제로 9만989㎡(약 3000평)의 수민어울공원이 조성될 예정인 ‘동래 꿈에그린’은 청약 1순위에서 평균 120.37대 1, 최고 141.27대 1의 결과를 기록했다.

단지 주변에 호수를 끼고 있는 호세권 아파트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업계에서 호세권 아파트를 ‘부르는 게 값’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호수 인근 단지는 쾌적한 조망권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이나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호세권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광교 호수공원 주변에 있는 ‘래미안 광교’의 135㎡(약 41평)는 지난해 9월 8억3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역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수원 영통구에서 거래된 동일면적 평균가인 4억4816만원의 두배 수준이다. 일산 호수공원을 앞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는 ‘강선마을 우성’ 아파트 역시 지난해 8월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고양시 일산 서구에서 거래된 동일 면적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분양권 시장에서도 ‘호세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힐스테이트 광교 아파트의 분양권에는 5000만~8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며 광교 중흥S-클래스 역시 8000만~90 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태다.

이 집 혹시 맥세권인가요

혼자 사는 20~30대들에게는 ‘맥세권’이 필수 조건이다. 맥세권이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맥도날드와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다. 맥도날드에서 매장별로 운영하고 있는 배달 서비스가 닿는 지역을 의미한다. 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맥세권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원의 안전 문제, 배달 도달 시간 등을 고려해 배달 지역이 제한되기 때문에 희소성도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로 ‘이 집 혹시 맥세권인가요?’가 꼽힐 정도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와 역세권을 합친 ‘스세권’도 같은 맥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퇴근 또는 등ㆍ하굣길에 커피 마시는 습관이 든 이들에겐 인근에 커피 매장 유무가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오피스텔ㆍ원룸ㆍ다가구 주택 등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이 늘어난 점도 맥세권ㆍ스세권의 인기를 더하는 요인이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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