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아파트 vs 중대형 아파트

▲ 건설사들이 중소형아파트 위주로 분양하면서 중대형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중대형 아파트의 씨가 마르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과거 큰 집을 선호하던 ‘주택 과소비’ 현상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을 거둘 필요는 없다. 건설사들은 수요 변화에 맞춰 중소형 평면 공급에만 집중하고 있는 덕분에 중대형 아파트는 ‘귀하신 몸’이 됐기 때문이다.

■ 작은 고추가 맵다 = 부동산 시장에서 84㎡(약 25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총 80만8468가구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중 84.7%인 68만5327가구가 84㎡ 이하 중소형 아파트였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중소형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얘기다.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4인 이상 가구에서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대형 아파트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전용면적 84㎡인 중소형 아파트의 실제 사용 면적이 100㎡ 정도로 커지는 것도 중소형 인기 요인이다. 여기에 중대형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중소형 아파트로 임대 수익까지…

또한 부동산 시장이 30~40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택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예전 베이비붐 세대들은 서울에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을 ‘재테크의 완성’으로 여겼다. 반면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30~40대는 부동산보다 다른 곳에 투자하고, 주택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벼룩시장부동산이 성인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84.4%가 ‘지금보다 작은 면적의 주택으로 이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소형 아파트로 월세 수입과 시세차익 얻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1주택만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이 가능하고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혜택도 중소형이 유리해서다. 실제로 중소형 아파트의 임대수익률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단 아파트 월세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수도권에 거주하는 770만9128가구 가운데 월세 거주자는 135만3370가구로 17.56%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전체 871만2234가구 중 월세 가구는 209만1240가구로 24%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중소형 아파트의 수익률 상승이 눈에 띈다. 2008년 말 대비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 상승률은 ▲서울 25.72%(81만4300원→102만3800원) ▲경기 27.57%(58만2300원→74만2900원) ▲인천 22.14%(50만7700원→62만200원) 등으로 대부분 20%를 웃돌았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수익률마저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중소형 아파트의 연간 임대수익률은 3.4%로 지난 2010년 상반기 2.83%에서 0.57% 올랐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77 %에서 5.25%로 0.52% 낮아졌다. 중소형 아파트는 대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풍부한데다 투자부담이 적어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다.

■ 희소성을 갖춘 ‘중대형’ = 중대형 아파트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로 건설사들이 중소형 평형만 공급하면서 반대로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 투자 목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대규모 미분양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멸종 위기’를 겪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점점 줄고 있다. 올해 수도권에서 입주한 10만 3383가구 중 85㎡ 이상 물량은 2만1400가구로 전체의 20% 수준이다.

문제는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 2016년 수도권에 총 11만 2564가구가 공급이 되는데, 이 중 중대형 아파트는 1만7348가구로 15%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에는 14만9322가구 중 10%인 1만5896가구만이 중대형 입주 물량이다. 물량이 급감하다 보니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 2년간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 물량을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 1순위 마감은 2013년 47%에서 지난해 12월까지 56%로 11% 증가했다.

부모와 집 합치는 ‘리터루족’ 증가

전문가들은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 요인으로 희소성을 꼽는다. 공급 물량을 줄어들고 있는데,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맞벌이 가족이 대표적이다. 또한 부모 집에 다시 들어오는 자녀세대를 의미하는 ‘리터루족’도 늘고 있다. 리터루는 ‘돌아오다’라는 의미의 ‘리턴(Return)’과 ‘부모 품속의 자녀’를 의미하는 ‘캥거루(Kangaroo)’를 합친 말이다. 결혼해서 독립했던 자녀세대가 전셋값 급등으로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 급등으로 리터루족이 늘어나면서 5인 이상 가구의 감소 추세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고 있다. 통계청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수도권의 5인 이상 가구가 2013년 63만2130가구에서 2015년 58만9476가구로 6.7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실제 감소폭은 2.57%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올해부터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자녀의 주택상속 공제율을 2배로 늘리기로 한 것도 대가족 가구의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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